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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 의 시 감상] 정진희 시인,˝시방, 나는˝:시사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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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 의 시 감상] 정진희 시인,"시방, 나는"

시인이 사는 방( 시방, 나는) - 정진희 시인의 내면 읽기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22/12/26 [22:35]

[강기옥 의 시 감상] 정진희 시인,"시방, 나는"

시인이 사는 방( 시방, 나는) - 정진희 시인의 내면 읽기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입력 : 2022/12/26 [22:35]

   

▲ 정진희 시인    

 

시방, 나는

                                                     - 정 진 희(시인 수필가 소설가 심리상담사)

 

시방, 나는

커피믹스 한 잔 속에서

달곰한 미소를 찾는 중입니다

 

시방, 나는

아마추어 꽃밭에서

하얀 나비와 숨바꼭질을 하는 중입니다

 

시방, 나는

구절초와 상사화 사이에

빈 의자를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정원의 햇살과 함께

 

시방, 나는

어제보다 많이 웃는 오늘을 담아

우체통으로 달려가는 중입니다

 

시방은 어느 한자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사람으로 말하면 우물 속같이 깊은 내면을 지닌 용어다. 대부분 지금이라는 현재적 의미의 부사 시방(時方)으로 사용하지만 불교에서는 동서남북 사방(四方)과 그 모서리 사우(四隅)에 상하를 더한 십방(十方)의 우주를 일컫는 말이다. 육월(六月)유월이라 하듯, 십월(十月)시월이라 하듯, 발음의 편의를 위한 유음화 현상의 일종이다.

 

 

그뿐 아니라 시기와 비방을 뜻하는 시방(猜謗), 총이나 대포를 시험 삼아 쏴보는 시방(試放), 공사의 과정을 설명한 시방서(示方書) 등과 같이 널리 사용되고 있어 발음상으로 시방은 다의어다.

정진희 시인은 시방, 나는이라는 함축적인 용어로 독자를 유혹한다. 더구나 어순을 바꾼 도치문장으로 시방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렇게 다양한 의미로 감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시라서 읽는 재미가 있다.

 

시방, 나는의 기법은 교과서적이라서 감상이 용이하다. 제목의 시방, 나는을 각 연의 첫 행으로 제시하여 시상을 편안하게 전개한 것이나 각 연을 3행으로 통일하면서도 굳이 4연을 1행으로 변칙 처리한 점 등이 그것이다. 시적 정감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수법이다. 이는 심리상담사로서 많은 이의 내면 세계를 읽은 체험이 바탕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진희 시인은 수필과 소설에서 그려낸 심리 묘사의 기법이 시에도 나타나 시의 깊이를 더한 것이다.

 

위 시는 시인이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커피잔에 스며 있는 미소를 찾는 것과 같이 달콤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시를 쓰는 첫 단계의 아름다움이라면, 꽃 밭에서 나비의 행방을 쫓는 것처럼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시상의 야속함이 나타나 있고 3연에서는 꽃길을 더듬어 가면 꽃처럼 아름다운 시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빈 의자였다는 어려움을 실토했다.

그래서 4연을 1행으로 처리하는 변형을 이루며 어려움을 극복한 시인의 결과물을 암시한다. 그것은 웃음을 독자에게 날려 보내는 행위다.

 

마지막 행의 우체통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통로이자 독자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매개물이다. 시인의 존재 확인을 위한 방편인 것이다. 그 존재의 확인, 그것은 어느 날 훌쭉하게 감량한 체중으로 나타나나 여인처럼 4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정원의 햇살이 지닌 은유와 상징 속에 만만치 않은 어제와 포기할 수 없는 내일이 의지가 결연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정진희 시인의 시방을 그녀가 시를 쓰고 있는 시의 방 즉 시방(詩房)’으로 해석한다.

시의 방에 있는 나는?’으로 던지는 이 질문이 자신을 향한 시쓰기의 다짐이며 독자에게 게으르지 않겠다는 시인으로서의 선언인 것이다. 정진희 시인의 시들이 보다 깊은 시세계로 독자를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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