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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의 시 감상] 봉선화

강기옥 기자 | 기사입력 2025/09/01 [00:41]

[강기옥의 시 감상] 봉선화

강기옥 기자 | 입력 : 2025/09/01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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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복순 시인    

 

봉 선 화

                                                                       진 복 순

 

작년에 갔지

손톱에 물들이는 걸 좋아했어

 

집안에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했어

강풍에 쓰러져 뿌리가 반쯤 뽑혀 휘청했지

한쪽을 못 써도 누워서 화장을 했어

이쁜 모습만 보여주려고 기어서 화장실 갔어

그런 사람 다시 없어

내 전부를 가져간 사람

 

사람은 안 오고 꽃은 피고

장독대에 핀 씨방 톡 터지자

툇마루에 앉은

일흔셋 씨방 톡 터진다

  

[시평] 손톱에 물들인 할머니가 자주 눈에 띄는 걸 보면 소녀시절로 돌아가고픈 욕심은 누구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요즈음에야 네일 아트(nail art)가 유행하여 봉선화꽃 물들이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할머니와 손녀가 봉선화 꽃과 잎, 백반을 함께 짓이겨 손톱에 얹고 실로 묶어 조심하는 정겨운 자연이 떠오른다. 동짓날에 대문 앞에 팥죽을 뿌리는 것은 귀신이 오지 못하게 하는 벽사의 의미다.

 

이를 확대하여 장독대에 잡귀나 잡물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봉선화나 채송화를 심는 것도 귀신이 붉은색을 싫어한다는 데서 비롯된 토속적 풍습이다. 이에 견주어 보면 여자가 입술에 붉은색을 칠하는 것이나 손톱에 물들이는 것도 잡신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

 

왕릉이나 서원의 입구에 세운 홍살문의 예에 비추어 보면 때에 따라 의미가 변하는 속담의 논리와 비슷해 보인다.

 

 

손톱의 봉선화는 첫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다. 봉선화 물이 지워지기 전에 첫눈이 내리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꿈이 담겨있는 속설이다. 진복순 시인은 <봉선화>를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내는 일흔셋의 할머니의 이야기를 시로 그려냈다.

 

그 무대는 업무차 들른 할머니 집, 봉선화가 피어있는 시골집이다. 추억처럼 웃자란 봉숭아는 강풍에 쓰러져 뿌리가 반쯤 뽑혀 휘청했지한쪽을 못 써도 누워서 화장을하고 이쁜 모습만 보여주려고 기어서 화장실에 가는 여인의 본능을 이입하여 애처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래서 봉선화가 곧 할머니라는 등식을 끌어내고 화장실이라는 극한의 장소를 제시하여 삶에 대한 할머니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런 사람 다시 없어/ 내 전부를 가져간 사람풍을 맞아 반신을 쓰지 못하는 환자처럼 바람에 쓰러진 꽃을 통째로 따다 물들이던 소녀, 그 소녀가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툇마루에 앉아 일흔셋의 세월을 추상한다. 씨방에 차곡차곡 쌓아둔 연륜이 장독대에서 톡톡 터져 허전한 씨방의 세월을 훔쳐내고 있는 것이다.

 

나라의 발전 정도는 얼마나 많이 도시화를 이루었느냐로 판정한다. 도시화율은 도시에 사는 인구의 비율과 편의시설의 확충으로 나타내는데 유엔경제사회국에서는 세계의 도시화율은 55%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도시 집중률은 70%를 육박하여 전원생활의 멋은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되고 말았다. 그런 중에 방문했던 시골집 풍경을 수채화처럼 잔잔히 살려내 시적 감흥을 더했다. 갈수록 전원시를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에서 읽는 시라 잔잔한 그리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갈수록 도시화 되어가는 환경에서 읽는 시라서 반갑다. 목가적인 풍경이 사라지기 시골의 정서를 담아내는 멋진 시를 기대한다.

 

* 진복순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기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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