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포커스] 관조의 매력, 오정순 수필가·디카시 시인유투브 방송 조회수 2,500회 기록을 기념하며
[시사앤피플] 이민영 기자 = 최근 급속히 확산되는 디카시(Dica-poem)를 보면서 오늘은 오정순 수필가·디카시 시인(76)을 지상 초대석에 모셨다. 오 시인은 올해 초부터 본지 ‘기고‘난에 디카시(디카포엠)를 기고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디카시 저변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8일 오 시인은 한 유튜브 방송(디카시)에서 디카시를 올려 조회수 2,500회 이상을 보이면서 시단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방송은 이날 2천5백회 기념방송을 내 보냈다. 디카시는 최근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새로운 문예 장르(디카사진·영상+짧은 시)로 알려지고 있다.
오 시인은 2021년 경남 고성 국제한글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해 디카시단에 정식 등단했으며, 디카시집 [무죄]를 발간하는 등 최근 디카시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그는 1993년 ’현대수필‘로 등단해 세종우수도서 선정위원(2017), 고등학교 작문 교과서 <칭찬의 힘 >수록 등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면서 15권 이상의 저서·수필집을 발간한 중견 작가이다.
디카시는 창시자로 알려진 이상옥 시인이 2004년부터 경남 고성을 중심으로 디카시 운동을 펼치기 시작해 디카시가 디지털시대의 문화트랜드와 함께 사진(영상)과 시문학의 융합적 표현으로 새로운 문예운동으로 번져 시문학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으며 2018년 개정 중·고등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문단 일각에선 디카시를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학쟝르로 호평을 받으면서 뉴미디어와 시가 융합해 새로운 시문학시대가 정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시문학은 문자로만 꾸며졌다면 최근 트랜드는 이를 벗어나 사진(영상)과 문자가 5줄 이내의 짧은 시어와 융합해 시각과 감성을 하나로 묶어내 온·오프라인으로 빠르게 펴져 창작인구를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지 지난 달 21일자 오정순 시인의 <우듬지에 서다>를 보면 이러한 경향과 매력을 극명하게 볼 수 있다. 이 시를 감상하면서 디카시를 이해해 본다.
그 자리를 자랑삼지는 말게나 빌린 키로 산다는 건 잠깐이라네
오 시인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과 신선함을 주기 위해 나무의 꼭대기를 ’우듬지‘라는 단어를 끄집어 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자주 쓰지 않는 ’우듬지‘라는 시어를 통해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 꼭대기 위에 아슬 아슬하게 서는 인간의 허무(한 개의 나무 가지)을 유추해 내고 있다.
또한 우듬지에 ’서다‘에서 하필 ’서다‘의 표현을 써서 독자로 하여금 미묘한 감흥을 일으키게 한 것은 아닐까. 제목에서 이 또한 신의 한 수를 보는 것 같다. 우듬지에 ’오르다‘ 할 수도 있고, 우듬지에 ’앉다‘ 고 할 수도 있다. 여기를 보면 우듬지에 ’서다‘에서 종결형인 ’섰다‘가 아닌 것도 기막힌 또 한 수가 보인다. 즉, 종결된 모습은 경색돼 보이지만 ’서다‘는 서 있는 모습이 아슬 아슬하고 현재 진행하는 느앙스를 갖게 하는 것으로 시어의 조탁이 일품이다.
사람의 명예욕이나 재물욕은 한이 없다.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꼭대기 위에 도달했으면 그만이지 그보다 더 위까지 오르려는 인간상을 꼬집는 것 같다. 남에게 빌린 키로 살아가는 허상과 세월의 허무를 드러내는 내는 대목에서 인생은 ’잠깐이라네‘라는 짧은 구절로 시의 흐름을 반전시킴과 동시 극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오 시인은 [시작노트]에서 “세상에는 온전히 제 힘으로 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장의 명함, 부모의 배경, 동창의 우정에 기대어 키를 세우고 살아가기도 한다”며 아마도 ’빌린 키로 산다는 건‘의 의미를 진지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그 자리를 자랑삼지는 말게나‘는 신은 당신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 그대의 모든 배경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거늘 사람들이 그 진실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 자랑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오 시인이 말한 바와 같이 “순간순간 날아드는 칭찬이나 박수에 우쭐거리다가 배경을 잃어버리고 나면 흐물흐물 정체성 마저 잃어버려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는 표현은 실감이 난다.
마지막 연을 읽으면서 오 시인이 말한 “허공에 키를 세우고 바람에 시달린다. 자기 앞을 가로막는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한번 뻗어 보고 싶었던 모양이나, 홀로 설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모르는 허세가 되고 만다”는 것은 ’빌린 키로 산다는 건 잠깐이라네‘로 함축돼 세월의 무상이나 인생 허무 등의 의미를 내포해 사유의 폭을 넓게 하고 있는 듯 싶다.
어쩌면 자기 스스로 키를 세우지 못한 인간들에게 쏘아붙이는 말일 수도 있고, 그의 연륜과 경험이 담긴 표현일 수도 있다. 오 시인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해 구김 없이 지내온 70대 중후반의 시인으로서 온갖 경험을 다 했을 뿐 아니라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대비되는 삶을 모두 섭렵해 온 인생의 선배로서 관조하고 있다.
디카시 독자 박 모씨(57)는 “그의 관조와 사유의 힘은 시 작품에 고스라니 녹여져 있다”며 “ 독자로 하여금 자연인으로서, 시인으로서 시나브로 매력을 느끼게 한다”고 호평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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