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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컬럼] 박근혜와 한동훈, 호랑이의 길을 걷다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4/02/08 [12:11]

[한승범 컬럼] 박근혜와 한동훈, 호랑이의 길을 걷다

시사앤피플 | 입력 : 2024/02/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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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범 한류연구소장    

 

[시사앤피플] "호랑이는 스스로 호랑이임을 밝히지 않고 단지 덮칠 뿐이다(A tiger doesn't proclaim his tigritude, he pounces)." 이 말은 나이지리아 대문호 월레 소잉카가 1964년 베를린에서 했다. 아프리카인들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부심을 강조하는 말이나 선언보다는, 그것들을 실제로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회고록 출간을 기념해 열린 북콘서트에서 이 호랑이에 대한 표현을 인용했다. 이는 다분히 중의적이다. 탄핵되고 수감 생활을 하면서 겪었을 엄청난 고통 속에서 호랑이의 기개와 용맹함을 키웠을 것이다.

니체는 '우상의 황혼'을 통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죽지 않고 돌아왔다. 죽음보다 더 치욕스러운 삶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건강도 완연히 회복했고,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는 참으로 기괴하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을 때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수사팀장으로, 한동훈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맡아 박근혜 정부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춰 성공적인 수사 결과를 만들었고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북콘서트에서 국정농단 사태와 4년 8개월의 수감 생활에 대해 "재임 중 사소한 실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국민 앞에 부끄러운 일은 한 적 없다고 생각해 떳떳하고 당당했다"고 주장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사실 대한민국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예수를 숭배하고 따르던 사람도, 십자가에 못 박아 욕보인 사람도 모두 유대인이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고 행동이 바뀔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18대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12월 30일, 나는 여러 언론사에 칼럼 기고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전망했다. 예측이 가능했던 것은 남들이 못 본 박 전 대통령만의 숨겨진 경쟁력 때문이었다. 그는 1991년부터 매일 단전호흡을 3시간씩 하며, 그 덕분에 의지력과 자기 절제력이 남다른 수준이 됐다.

또 하나는 2006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캠프에서 내가 사이버팀장으로 활동했을 때의 경험 덕분이다. 그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여준 박사모 회원들과의 남다른 '디지털 스킨십'에 나는 주목했다. 보수 정당 정치인 대부분이 디지털 정치에 약한 반면, 그는 전혀 달랐다. 단전호흡과 디지털 스킨십 덕분에 그가 필연적으로 대통령 자리에 오를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그 예측이 맞았다.

나는 온라인 평판을 통한 기업위기관리 회사를 10년 넘게 운영하며 지론을 갖고 있다. 때로는 '침묵'도 최선의 위기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전에 소위 '땅콩 회항' 조현아 사건과 남양유업 우유 대리점 갑질 사태에서 오너가 수도 없이 사과했다. 하지만 오히려 비난 여론은 더 커졌고, 두 회사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JTBC가 최서원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보도한 다음 날인 2016년 10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되어버렸다"고 회고했다. 그의 말이 맞다. 너무 뜨거운 용광로에 손을 넣어서는 안 된다. 그때는 '침묵'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2016년 겨울은 '세월호 인신공양설', '박근혜 정윤회 밀회설', '정유라 박근혜 딸설', '최순실 은닉재산 300조설' 등의 거짓 선동으로 용광로가 너무 뜨거웠다. 수만 개의 촛불로 데운 용광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사형을 당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쉽게 탄핵되고 과도하게 법적 처벌을 받은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미혼 여성’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지만 여성, 아이,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이 후진적이다. 박 전 대통령이 남자였다면 그렇게 저열하게 성적으로 공격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 영부인 김건희 여사도 저열한 성적 괴담으로 촛불 주도 세력에게 공격당하고 있다.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처럼, 맹수는 절대 강자에게 덤비지 않는다. 아이, 노인, 장애인, 여성만을 타깃으로 하고, 이 약자들도 결연히 맞서 싸우면 감히 못 덤빈다. 등을 보이거나 도망칠 때 덮친다. 그게 촛불 주도 세력의 본질이다. 이들에게 섣불리 사과하거나 등을 보여서는 안 된다. 한동훈 위원장처럼 창과 방패를 들고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이를 보수 세력 결집을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처벌받고 가혹한 세월을 보낸 것에 도덕적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의도치 않은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도 너그럽게 용서했을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서실장을 통해 축하 난을 보냈고,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 사회 원로들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누구보다 여성을 포함한 약자를 위하는 사람이다. 그의 인생 목표는 약자와 서민을 위해 사는 것이다. 그에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마음은 누구보다 애틋할 것이다.

단언컨대, 한동훈 위원장은 마치 불효를 범한 아들이 부모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다가갈 것이다. 정치적 이득을 넘어서, 그는 자신의 의도치 않은 과오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것이다. 시각 장애가 있는 김예지 의원이나 테러를 겪은 배현진 의원에 대한 한 위원장의 따뜻한 대처를 보면 감동을 금할 수 없다. 그의 약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는 진정으로 감동적이다.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널리 알려진 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었다. 한동훈 위원장은 '선거의 왕자'가 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처럼 한 위원장도 복식호흡과 같은 깊은 호흡을 한다. 둘 다 식욕, 성욕 등 생리적 욕구를 거의 완벽하게 통제한다. 또 인정욕구, 명예욕구, 재물욕구, 권력욕구 등 사회적 욕구를 초월한다.

영어에는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을 알아본다(Like recognizes like)'는 말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나면 1+1이 100이 되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북콘서트에서 정치를 안 한다면서 "제가 재임 중에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아쉬움은 있고 '누군가'가 이제 그것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했다. 단언컨대 그 '누군가'가 한동훈 위원장이 될 것이다.

호랑이는 스스로 호랑이임을 밝히지 않고 단지 덮칠 뿐이다!

 

* 한승범 한류연구소 소장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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