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연화도에 냥이 한 가족이 오랜만에 모였네 다섯 가족이 객지에서 돌아와 설날 고향에 모두 모였네 남는 건 사진 뿐 박제되어 남았네
- 이유상
[쪽수필] 세상에서 값을 매길 수 없는 작품이 가족사진이다. 젊어서는 왜 저런 사진을 걸어둘까 의아했으나 자식이 출가하여 떠나고부터 마음에 쏙 드는 가족사진 한 장 찍어 걸고 싶은데 기회가 오지 않는다.
게다가 식구가 늘어서 새 가족사진을 찍고 싶은데, 번번히 결석자가 생기고 머리가 갖추어지지 않거나 사진 찍을 입장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얻으려고 칠순 때 여행을 가지 않고 잔치를 했다.
가족 모두 한복을 갖추어 입고 만월도 앞에서 찍은 사진은 최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이다. 그날 행사 때 찍은 사진을 모아 사진첩을 만들었는데 한참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끄고 가족사진첩을 연다.
흐려졌던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애틋하고 안쓰럽고 어떻게 내가 처한 조건 속에서 더 건강한 사랑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이 액자 저 액자 바꾸어 걸어도 결국 가장 좋은 건 가족사진이다. 오며가며 쳐다보고 말 걸고 기도하고 쓰다듬고 그런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며 자식도 이미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간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요번 설에 냥이네 가족처럼 멋진 사진 한 장 건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 오정순 수필가/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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