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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영의 서평]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4/05/01 [11:05]

[김부영의 서평]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시사앤피플 | 입력 : 2024/05/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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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시마드 편저자의 <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사이언스북스)(시진 : 국회도서관)    

 

 

[시사앤피플] 김부영(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국회 도서관 676호 서평에서 수잔 시마드 편저자의 <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사이언스북스)을 서평했다.

 

"숲의 바닥에는 숲을 강인하게 유지해 주는 뿌리와 진균이 만드는 복잡하고 어마어마한 체계가 있다.” - 469쪽  

 

해외여행을 다녀온 직장 동료가 ‘트러플 소금’을 선물로 사 왔다. 소금에 담긴 트러플(송로버섯)은 미량이었지만 향이 매우 진했다. ‘땅속 버섯’이라고도 불리는 트러플은 땅 밑에 숨어 있어서 사람이 혼자서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트러플 채취는 냄새를 잘 맡는 돼지나 개의 도움을 받아 왔다고 한다. 

 

‘땅속 연결망의 열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에서 수잔 시마드는 버섯을 이렇게 부른다. 그는 조상 대대로 나무꾼을 지낸 벌목 명가의 자손으로 엉금엉금 기면서부터 부식토(자연이 만든 퇴비)를 주워 먹는 비범함을 보였다. 최초의 여직원으로 벌목 회사에 계절직 일자리를 구한 스무 살의 저자는 벌채지에 새로 심은 묘목을 확인하러 가는 길에 오래된 숲에서 애주름버섯(Mycena)과 비단그물버섯(Suillus)을 발견하고 나무의 뿌리와 진균이 숲의 건강과 맺는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진균(fungus)’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진균은 곰팡이다. 그리고 버섯은 곰팡이의 한 종류다. 여름철 습한 벽지에 생긴 검은 곰팡이나 오래된 반찬통에 골마지가 잔뜩 낀 하얀 곰팡이를 생각하면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어쨌든 진균(곰팡이)의 모습을 짐작게 해준다. 묘목의 잎이 누렇게 뜬 조림지 상황을 보면서 묘목의 뿌리와 토양이 철저히 단절되어 있다고 수잔 시마드는 생각한다. 묘목의 수수께끼에 대한 힌트는 남동생이 로데오 경기를 관람하고 돌아가는 길에 다람쥐의 인도로 발견한 트러플 진균 실타래에서 얻는다. 진균 실(균사)의 근원을 추적하다 보니 미송 뿌리 끝에 진균이 잔뜩 얽히고설켜서 자라고 있었다. 

 

‘균근(mycorrhiza)’ 

마이코라이저. 라틴어 학명을 풀이하면 ‘진균(마이코) 뿌리(라이저)’이며, 균사가 식물의 뿌리에 침투하여 생긴 하나의 연결점이다. 따라서 수잔 시마드가 언급한 뿌리와 토양의 단절은 균근의 부재를 의미한다. 균근은 뿌리와 토양을 연결하는 매개자인 동시에, 균근을 거치지 않고는 토양 속의 물과 영양분에 닿을 수 없으므로 균근의 부재는 곧 장벽이기도 하다. 균근을 이룬 진균, 즉 균근균(mycorrhizal fungus)은 식물을 대신하여 토양에서 양분과 물을 흡수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당분을 균근균에 내준다. 저자는 이 놀라운 균근 공생에도 불구하고 정책 입안자들과 임업인들은 비료와 물을 대는 방식으로 균근균과의 공생 관계를 끊고 식물 간의 경쟁을 중시한다고 지적한다. 

 

‘땅속 균근 연결망’ 

수잔 시마드는 땅속 균근 연결망이 선주민들의 오래된 지혜라고 고백한다. 한 선주민은 땅속에 “숲을 강인하게 유지해 주는 뿌리와 진균이 만드는 복잡하고 어마어마한 체계가 있다.”고 했다. 뿌리와 토양의 연결을 넘어 나무들은 보이지 않는 땅속 연결망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숨겨진 진균 망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고 서로 협력한다. 이러한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의 중심에는 저자가 ‘어머니 나무’라고 부르는 크고 오래된 나무들이 있다. 저자가 <네이처>에 실은 논문에서 비롯된 표현처럼, “이 나무들은 균근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숲은 오래된 나무들이 가장 큰 소통 허브를, 작은 나무들이 덜 분주한 노드를 구성하며 진균 연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심부와 위성들로 구성된 체계 같았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오래된 숲의 지혜를 배울 때라고 생각한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세상에서 단기적인 이익을 좇는 관습이 당장에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진균과 식물(나무와 풀)과 동물이 서로 협력하여 생태계를 구성하듯이 자신을 이롭게 하여 타인도 이롭게 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자세로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수잔 시마드는 자신의 믿음대로 오래된 나무를 지키고 숲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와 투쟁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성 과학자로서 겪는 어려움과 관행 임업으로 인한 좌절이 이야기에 담겨 있어 더욱 깊이 감동했다. 

 

참고로, 산림학이나 미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라면 균사, 균근균, 외생균근, 수지상균근과 같은 전문 용어 때문에 책이 잘 안 읽힐 수 있다. 게다가 책의 배경이 되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온대 우림은 한국과 식생 차이가 크기 때문에, 책에 등장하는 버섯 이름, 풀이름, 나무 이름이 생소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자료를 찾아보면서 책을 읽어가면 지식의 영역을 확장하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시사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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