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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순의 디카시가 있는 수필] 향수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4/09/01 [06:30]

[오정순의 디카시가 있는 수필] 향수

시사앤피플 | 입력 : 2024/09/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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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그르르 떠들며 몰려나오던

아이들 다 어디로 갔을까?

 

적막이 세 들어 사는 동네

구름 면장이 나와 시찰 중이다

 

                                                             - 최순자

 

[쪽수필] 사진이 없었다면 나는 직선으로 이어지는 도시의 골목을 연상하며 유년의 향수에 젖을 것 같다. 사람과 골목길이 빚어내는 정서의 가닥은 도시나 시골이나 비슷한가 보다.

 

내가 살던 관사 골목은 ㄱ자로 꺾여 들어가는 긴 골목이었다. 직급에 따라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안으로 들어갈수록 집 평수가 다르다. 내가 살 때는 이미 그러한 관사의 개념에서 벗어난 동네 구성원들이 살았지만 사진처럼 도랑이 있었다.

 

일요일이면 호랑이 반장님 이하 각 가정에서 한 명씩 나와 공동으로 골목청소를 하면서 동네질서를 잡아갔다. 미리 한 새마을 운동 격이었다.

 

 

그러나 어른들의 역사는 그렇게 이어졌을지라도 아이들에게는 그 골목이 천국이었다. 그래도 나는 나가지 못하고 나무울타리의 관솔구멍으로 놀이현장을 스캔하며 부러워했다.

 

그때의 억압된 기억으로 나는 아직도 놀고 싶다. 손등이 트고 런닝셔츠가 늘어져도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신바람 나게 놀아도 부모의 통제 아래서 구경만 하는 아이들에게는 부러운 천국이었다.

 

놀이는 창조되고 진화한다. 재미를 위한 천재들이 인류의 몇 프로는 되는 듯 대장이 생기고 깎뚜기가 있다.

 

 

그립다 못해 찾아간 내 유년의 골목도 적막이 세 들어 살고 우리집은 주차장 되어 추억을 뭉갰다. 맞은편 헐리고 새로 지은 카페 손님들의 발자국소리만 다문다문 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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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순 수필가/시인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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