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세대 이웃의 마음을 흔든다
시인의 마을엔 시인들이 떠났다는데 마당 잔치는 시인의 모임이겠다
- 송재옥
[쪽수필] 개똥 수박 한 개가 낭만 덩어리로 커간다. 처음에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다가 점점 커질수록 따고 싶은 유혹에 말리게 된다는 걸 눈치 챈 누군가가 저렇도록 낭만적인 경고문을 써두고 익기를 기다린다.
수렵 시대를 거쳐 자연에서 먹거리를 생산하던 날들의 기억이 우리 안에서 조정하는 동안, 조개를 캐고 싶고, 열매를 따고 싶고, 물고기를 잡고 싶듯 저 수박도 따고 싶을 것이다.
멋진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아도 행동하는 사람은 적다. 타인의 감동 지수가 높을수록 본인은 더 뿌듯할 것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결정전의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치맥을 쏜다는 소식이 전파를 탔다. 나는 즉흥적으로 깻잎 이벤트를 벌이기로 했다. 관전하는 내내 양념장에 깻잎을 재며승리를 기원했다. 승리가 결정되자 비닐 봉지에 나누어 담고 리본으로 예쁘게 묶어 아파트 한 라인 30집 것을 현관 입구에 내놓았다.
- 4강 승리 기념으로 701호에서 쏩니다.
별게 아니라서 기억도 못하겠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나는 월드컵 경기 관전 때마다 낭만이 피어난다. 드러나지 않은 낭만파 서사가 나뭇잎 만큼 많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수박 익기를 같이 기다리게 된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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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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