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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의 시 감상] 낚 시

이의영 시인 - 낚시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23/01/20 [13:04]

[강기옥의 시 감상] 낚 시

이의영 시인 - 낚시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입력 : 2023/01/20 [13:04]

 

낚 시

                                        시인 이 의 영

 

엷게 피어오르는

물안개 사이로

초저녁달이 얼굴을 씻고

무수한 별들이 입질하는 하늘에

삼간 낚시 드리우면

 

간밤 달님의 사랑 이야기

반짝이던 별들의 사랑 이야기

바람이 실어오는 강 이야기

하나씩 하나씩 낚다 보면

바구니에 가득 차는

싱싱한 비늘

 

강 너머 세월이야

낚싯대에 걸어 놓고

 

[작품 해설]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이의영 시인의 첫 시집 길 떠나는 마음에 실린 낚시전문이다. 전체 85편의 시를 주제에 따라 7부로 나누어 묶은 시편에는 토목인(土木人)의 삶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독자를 또 다른 시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한 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이공계열의 세계에서 40년이나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라서 시인의 감상에 쉽게 젖어 든다. 더구나 공사 현장을 찾아 다니는 마도로스적 삶은 공사의 시작과 마무리로 인한 만남떠남이 반복적으로 이어져 대부분의 시에 고독과 애수가 서려 있다. 활기찬 장조(長調)의 목소리보다 쓸쓸한 정조가 서린 단조(短調)의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는 이유다.

 

이의영 시인은 같이 하지 못하는 가족이나 친지에 대한 미안함을 내면으로 끌어들여 고독을 달래는 시심으로 펼쳐낸다. 그래서 아예 객방에 누워라는 제목을 사용하며 까마귀 등 같은 어둠에 묻히면/적막감은 바위다라는 객창감을 드러낸다. 바위처럼 무겁게 밀리는 고독을 적극적 전이의 시심으로 이겨내는 비결이다. 그뿐인가. 인력시장에서는 토목인답게 공사판에 투입되는 인력의 애잔한 상황을 기독교적인 사랑으로 그려냈다. 그 많은 시편에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시의 바탕에 깔린 신앙의 상승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 사색하듯 조용한 성격의 이의영 시인이 공사현장을 누비는 토목인이었다는 것은 낯선 모습으로 투영된다. 그 외연이 바로 이의영 시인의 시세계라서 읽는 재미가 있다.

 

위 작품 낚시는 밤하늘에 열린 동화의 세계를 하나씩 불러 자족의 시간을 즐기는 동화 같은 시다. 객지에서 맞이한 밤의 무료함을 이겨내기 위해 별과 달과 강을 낚시하는 시간, 그것은 시인으로서의 고독을 이겨내며 자신의 내면을 고찰하는 낭만의 시간이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같은 정조로 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마지막 연에서 시상을 마무리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여운으로 열어 놓은 것도 윤동주의 시와 비슷하다.

하나 하나의 별에 얽혀 있는 이야기는 어둠이 깊을수록 더 선명하다. 즉 고독이 깊을수록 이의영 시인의 가슴에 열리는 시상을 더 확실하고 다양하다. 고독의 적극적인 방어기재인 것이다.

 

시집의 서문에는 시를 좋아했을 뿐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어 부끄럽다고 했다. 그런데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시세계에 매료되어 겸양의 엄살이었음을 알게 된다. 비를 맞아도 좋다는 작품은 각 연의 첫 행에 비를 맞아도 좋다는 문장을 반복하여 정감을 고조해가는 점층적 기법을 사용했다. 하나의 문장을 도치하여 한 연으로 처리한 수작들이 많기 때문이다.

 

낚시는 흙먼지 날리며 소음이 만연한 공사 현장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낸 자기 몰입의 작품이다. 다른 시집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으나 공사 현장이 예전보다 정화되었듯 이의영 시인의 작품들도 더 정화된 작품으로 피어있으리라 확신한다.

 

서초문인협회 부회장으로서 모든 행사에 팔 걷어 힘을 더하는 땀방울의 의미가 이 시에 스며 있음을 확인하고 보니 시의 맛이 새로워진다. 고속도로의 휴게실 같은 호텔 수준의 시집이 탄생하리라 기대하기를 기대한다.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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