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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순의 디카시가 있는 수필] 잠자리:시사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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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순의 디카시가 있는 수필] 잠자리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10/06 [05:56]

[오정순의 디카시가 있는 수필] 잠자리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10/06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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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날개 말리다

젊은 날을 떠올린다

찢어진 날개 추스르며

비상을 꿈꾼다.

 

                                                               ㅡ시인 정사월

 

[쪽 수필] 한 작가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건 순간이다. 이 작품을 대하면서 가슴이 뛰었다. 면바지 두 개를 널어놓고 잠자리 날개라니.

 

옷이 날개라 했던가. 보송보송 마른 옷 잠자리 날개처럼 펄럭이며 날지 못하던 우리네 젖은 청춘의 상징이구나. 이미지와 언술이 합하여 하나의 텍스트가 되었으니 흥미롭다.

 

 

솔숲 지나 바다로 콧바람 쐬며 여름방학 지나면 2학기 등록금 마련하느라 버둥거리던 청춘들, 지금은 장년기 노년기를 지나지만 이런 작품을 만나면 줄줄이 기억이 달려온다. 화자의 청춘도 고단했던가. 찢어진 날개 추스리며 비상을 꿈꾼다 했다.

 

 

 

노처녀를 면하던 나는 잠자리 날개 같은 원피스를 맞추어 입고 신혼여행길에 올랐다. 신랑은 그 옷이 너무나 화사해서 눈에 띄어 부끄럽다고 입지 말라고 했다. 마음이 무거웠던 모양이다.

 

수염도 안 깎고 낮에는 직장에서, 밤에는 고시원에서 밤을 밝히던 시절이라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이 부담스러웠으리라. 신부가 못 입은 옷 동생들이 돌아가며 잠자리가 되어 주었다.

 

 

 

3년 전부터 매미우화 보는 재미로 여름이 덥지 않다. 밤마다 공원을 누비며 특종을 찾고 매미와 교감하다가 나도 그만 매미 우화 날개처럼 구멍 송송 뚫린 하얀 날개옷을 마련했다.

 

좋아하는 대상과 커플룩을 입고 여름을 나고 나면 다음 여름 기다리기가 지루하지 않다. 살아온 세월 중 가장 가벼운 시간, 뼛속까지 비우는 중이라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비상을 위하여 서서히 내 영혼의 날개도 추스리는 시간 속에서 작품을 다시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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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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