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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 시사 컬럼] 묻지마 살인 사건, 본질적인 문제 해결해야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8/17 [07:52]

[김삼기 시사 컬럼] 묻지마 살인 사건, 본질적인 문제 해결해야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8/1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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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삼기 / 시인·칼럼니스트    

 

작년 5월 ‘부산 돌려차기’ 묻지마 폭행 사건 이후 계속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지난 8월 초 신림역과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가 심각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온라인상에 수백 개 올라오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묻지마 살인 사건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초긴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를 테러로 간주하고,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경찰관에 대한 면책 규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특히 경찰은 묻지마 살인 사건 전담반을 두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무장 경찰관도 배치했다.

 

최근엔 살인이 예고된 지역 등 정보를 제공하는 알림서비스까지 등장했고,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호신용품 주문과 보험상품 계약 등이 급증했다고 한다. 2년 전 발의돼 현재 계류 중인 묻지마 범죄의 개념을 정확히 하고 가중처벌을 추진하는 법률 개정안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는 대부분 대인기피증과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해오다 치료가 잘 되지 않자, 남들도 자신과 같이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생각에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중증 정신질환자 약 50만 명 중 8만 명은 의료기관이나 요양시설에 입원해 있고, 42만 명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며, 정신질환의 경우 진료 수가가 낮아 병원이 기피하고 있어 병상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최근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대부분 정신질환자로 밝혀지자, 복지부는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신질환자의 입원과 치료를 지원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법무부도 입원 여부를 법원이 결정하는 ‘사법 입원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지만 그래도 복지부와 법무부가 본질적인 해결책을 내서 다행이다. 경찰이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무장 경찰관을 배치하고, 국회가 법을 강화하고, 그리고 사회가 알림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은 사후 대책으로 현상의 문제지만, 복지부와 법무부가 추진하는 방법은 사전 예방 차원으로 본질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물론 급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당면한 현상의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더 이상 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본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으론 더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호텔 로비에 똥파리가 날아들 때 똥파리만 몰아내면 계속 날아오는 똥파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똥파리를 불러들이는 원인이 되는 똥을 치워야 똥파리를 몰아낼 수 있다. 문제 발생 시 현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묻지마 살인 사건과 묻지마 살인 예고글로 무척 혼란스럽다. 범인을 잡고 벌을 가하고 범행동기를 파악해서 파렴치한 행태를 알리는 것이 현상의 문제라면, 본질의 문제는 그러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자를 치유하고 나아가서는 교육하고 정화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본질은 보지 못하고 현상에만 관심을 가지고 수수방관하다가 묻지마 살인 사건을 더 이상 확대·양산해선 안 된다. 지금은 일반인이 많이 모여 있는 지하철역이나 백화점 같은 곳의 불특정다수가 범행 대상이지만, 앞으론 콘서트장이나 국제행사장 같은 특정 지역의 불특정다수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더러운 마음과 부정적인 행동 그리고 나쁜 습관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현상의 문제 보단 본질의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 한다. 자신에게 똥파리가 날아 올 때 똥파리 몰아내는 일에만 전념하지 말고 자신의 몸 어디엔가 붙어 있는 똥을 찾아 없애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몸이 아프면 당장 병원에 가서 치료해야 하지만, 몸을 아무렇게나 사용해서 건강에 이상이 왔기에 앞으론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고 몸조심도 하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국가는 묻지마 살인 사건 같은 범죄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사고를 낸 피의자는 분명 미움의 대상이지만, 사고를 내기 전의 피의자는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대상이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제2의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고 내기 전 제2의 피의자를 캐어해야 한다.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희생당한 귀중한 생명만큼이나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사고 내기 전 국가와 사회가 그를 사랑으로 안아 새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묻지마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캐어시스템에 의해 새사람으로 변화됐다면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 주변에 불만으로 가득 차 있는 자와 사회적 약자 그리고 소외된 자도 우리 사회가 캐어해야 한다. 특히 직장도 없이 혼자 살면서 사회로부터 따돌림 받고 있는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시스템도 기동해야 한다. 이 게 바로 묻지마 살인 사건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이다.

 

* 김삼기 시인/컬럼니스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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