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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컬럼] 전략적 관점에서 본 미국의 대중국 관세인상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4/05/24 [12:53]

[채수찬 컬럼] 전략적 관점에서 본 미국의 대중국 관세인상

시사앤피플 | 입력 : 2024/05/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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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시사앤피플] 최근 미국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100퍼센트로 올리는 등 일부 중국산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국가안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문의 제품들로서 철강, 알루미늄, 기존반도체, 전기차, 배터리부품, 핵심광물, 태양광전지, 기중기, 의료제품 등이 이에 해당된다. 중국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고, 세계 각국은미국의 대중국 관세인상이 자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이러한 수준의 급격한 관세인상은 10년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지난번 미국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워 기존의 규범을 완전히 무시하고 흔들지 않았더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는 당시에는 미친놈처럼 보였지만, 이제 정적인 바이든 현대통령도 트럼프의 정책을 수용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그 방향으로 더 가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오버액션을 취할 정도로 정치적 환경이 변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조치들이 기존의 국제무역 규범에 위배되는 게 분명한데도 누구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질서가 깨졌음을 모두 인정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왜 일어나고 있는것이며, 이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쉬운 답은 중국이 전기차에 지나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국제무역 규범을 먼저 어겼고, 이를 제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미국이 이에 맞서서 규칙을 벗어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서부활극에서처럼 보안관이 악당을 제어하지 못하니 악당보다 센 사람이 직접 손을 봐준다는 논리다. 악당이 처벌받지 않고 설치는 현실보다는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미국의 공화, 민주 양당이 중국산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려는 것은 이 문제에 관한한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유권자들의 일치된 지지가 있기 때문

이다.

 

이렇게 상호경쟁적인 보호주의정책의 충돌로 미국의 대중국 관세인상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미국이 자유무역의 잇점을 그동안 가장 많이 설파한 나라인데,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미국을 지배하게 되었느냐는 것이다.

 

세상의 흐름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어떤 근본적인 변화는 없는가. 트럼프현상은 미국정치에서 돌연변이라 할 수 있는데, 왜 이 변이가 적자생존의 관점에서 우월한 결과를 보이고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아직 분명치 않지만,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국제교역이나 공급망사슬과 같은 경제적 문제를 넘어선 큰 그림을 보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동유럽에서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들은 또한 중동에서 이란과 대립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이란의 대리세력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이 민주적이며 시장지향적인 방향으로부터 역주행하며 근육을 자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타이완이든 어디든 중국과의 무력충돌이 생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장기전으로 가고 있고 많은 자원이 소진되는 소모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과의 무력충돌도 마찬가지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서방진영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국제교역 이론에서처럼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협력적 게임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상대방의 힘을 약화시켜야 하는 적대적 게임으로 볼수 밖에 없다. 트럼프현상과 같은 변이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숨어 있는 답을 찾아야 한다.

 

*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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