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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컬럼] 막가는 정치도 괜찮다. 경쟁이 있는 한..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4/21 [17:27]

[채수찬 컬럼] 막가는 정치도 괜찮다. 경쟁이 있는 한..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4/21 [17:27]

▲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은 미국정치에 새로운 양태(mode)를 들여왔다. CNN TV와 뉴욕타임즈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대통령의 발언을 접하던 사람들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온갖 이슈들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입장을 여과없이 접하게 되었다. 뒷북만 치게 된 전통적 언론매체들은 트럼프에 적대적으로 되어 그를 비판하는 논평으로 화면과 지면을 채웠다.

 

대중은 트럼프의 트윗을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과 전통적 매체가 내보내는 비판을 응원하는 사람들로 양분되었다. 대중의 반쪽이긴 하지만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열렬하게 싫어해서, 전통적 매체들의 수입은 역설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트럼프를 좋아하는 다른 반쪽의 대중은 더 열렬해서, Fox뉴스 TV와 같은 친트럼프 성향의 매체는 돈을 더 벌었다. Fox뉴스는 트럼프가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진 게 아니라 도둑 맞았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하여 쏠쏠히 재미를 봤다. 개표부정 주장에 대해 투표시스템 회사가 제기한 민사소송 과정에서 최근 드러난 증거들에 의하면, 터커 칼슨 등 Fox뉴스에서 여론몰이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개표부정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청률을 올려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어 가짜뉴스를 유포했다.

 

사실을 전달하고 공익적 입장을 지키기보다, 사실을 왜곡해서라도 많은 수요자가 듣고 싶은 얘기를 내보내는 쪽이 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매체의 사실왜곡을 얘기하자면 한국도 뒤지지 않는다. 흔히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 매체들이 편향된 뉴스를 내보내는 게 진보적 성향 사람들에게는 큰 불만이었다.

 

그런데 김어준 등 시끄러운 진보적 성향의 언론인들의 사실왜곡과 비교해 보면 조중동의 편향보도는 상대적으로 너무 점잖게 보인다. Fox뉴스와 김어준 뉴스공장의 공통점은 심하게 왜곡된 뉴스를 팔아 돈을 번다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니, 이 매체들이 전통적 매체를 대신하여 권력기관이 된 것이다.

 

언론만이 극단적 언사로 재미 보고 있는 게 아니다. 전광훈 목사 같은 우파성향의 종교인도 극단적 입장을 쏟아내며 보수진영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치인들 중에 점잖은 정치인들은 점차 설 땅이 없어지고, 막말성 발언을 여과 없이 내뱉는 홍준표 시장이나 정청래 의원 같은 정치인들이 승승장구한다. 미국의 트럼프류 정치든 한국의 팬덤정치든, 이렇게 막가는 정치가 판치는 작금의 상황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봐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니다. 극단적 정치적 입장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추종자로 만들어 권력을 추구한 선동가들은 옛부터 있어왔다. 민주주의가 꽃피었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도 선동가들이 있었다. 근래의 역사에도 아돌프 히틀러처럼 선동가로 성공하여 권력을 거머쥐고 한 시대를 요란하게 흔들다가 패망한 사람들이 있다.

 

우파 파시스트 뿐만 아니라 좌파 공산주의자 중에도 대중을 선동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사람들이 많다. 비판적 입장에서 보자면 민주정치는 원래 중우정치다. 대중은 합리적 설득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선동에 좌우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정치가 다른 대안들 보다 나은 이유는 경쟁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우파도 있지만 좌파도 있다. 태극기 부대와 전광훈목사 추종자만 있는 게 아니고, 문빠와 개딸도 있다.

 

교묘한 편향보도로 여론을 조작하는 조중동, 한겨레만 있는 게 아니고, 시끄럽게 대중을 선동하는 김어준 뉴스공장도 있다. 경쟁이 있는 한 민주주의는 제 할 일을 한다. 그러나 한 쪽에서 독점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경쟁이 없는 선동이다. 독재자들의 선동이다. 일단 권력을 잡은 뒤에 반대세력을 폭력으로 무자비하게 억압하여 하나의 이데올로기, 한 사람의 독재자만을 추종하게 만드는 선동정치다. 히틀러가 대표적인 예다.

 

마오쩌둥도 김일성도 같은 계열이다. 히틀러는 대중매체를 통한 상징조작에 능했다. 김일성의 손자, 김정일의 아들인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중매체를 활용한다. 최근에는 어린 딸까지 무대에 올려 이미지 정치를 한다. BTS도 블랙핑크도 없는 북한에서 김주애라도 무대에 올려 북한 대중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좋다. 문제는 경쟁이 없는 것이다.

 

비판자가 없는 것이다. 비판자는 모두 죽이거나 수용소에 보낸다. 미국정치, 서유럽 정치, 한국정치의 공통점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일본정치에서는 상대적으로 정권교체가 드물다. 중국정치와 러시아 정치에서는 정상적 정권교체가 쉽지 않다.

 

미국이든, 프랑스든, 한국이든 정치가 시끄러워도 너무 걱정할 것 없다.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막가는 정치가 우스꽝스럽고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민주정치의 위기로 가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있는 한..

 

*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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