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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의 문화칼럼] 고속도로의 단상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23/10/28 [00:25]

[강기옥의 문화칼럼] 고속도로의 단상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입력 : 2023/10/2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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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옥 시인 / 본지 문화전문 기자

[시사앤피플] 길은 재화(財貨)의 유통과 문화의 교류를 위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길이 막히면 바깥세상을 보지 못해 자아중심적 사고에 빠져든다. 의도적으로 길을 막아 쇄국정책을 쓴 나라는 세계사에서 뒤처진 결과를 보여주었고, 필사적으로 길을 열어 외지를 향해 문을 연 나라는 세계사를 주도했다. 길은 그만큼 인류 문화사의 발전에 중요한 동력으로서 역할을 했다.

 

로마는 BC 312년부터 아피우스가 아피아 가도라는 포장도로를 건설했다. 이어 유럽 전역에 8km의 간선도로와 7km의 지선도로를 건설하여 대제국 로마 시대를 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속어는 이때부터 나타났고 이 길을 통해 로마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에 비해 중국은 환관 정화가 열어놓았던 해상로를 사장(死藏)시키고 단절의 만리장성까지 쌓아 스스로에 만족하는 화이사상(華夷思想)에 빠져들었다. 모험으로 길을 개척하는 확장(擴張) 정책의 유럽과 길을 막는 수성(守城) 정책의 중국은 결국 승자와 패자의 상반된 결과를 맞았다. 중국의 그 큰 땅덩어리가 유럽 세력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는 아픔을 겪은 단초가 길을 막은 데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독일은 다시 일어설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아우토반을 건설한 이후 자동차 사업이 발전하여 경제 부흥의 모태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급속한 산업사회로 진입했다. 문제는 경제발전에 치중한 나머지 자연환경 훼손에 무감각했다는 점이다.

선진국이 2만 달러에 이르기 전에는 자연환경보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치중하다가 2만 달러에 이르면 생명 중시, 환경 중시의 방향으로 정책을 바꾼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전형의 길을 밟듯 우리나라도 개발에 힘쓰다가 이제는 환경보전과 친환경 정책으로 기조를 바꾸었다. 차량 통행 위주의 교통체계를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고 굽은 도로의 직선화, 인도의 확장, 훼손된 환경복구를 통해 생명을 중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전국 도로망을 격자로 확충하면서 도로공사와 국도관리청에서 보여준 인본주의적 공학은 가히 세계를 선도할 만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호텔급 화장실, 곳곳에 설치한 졸음휴게소, 도로의 갈림길과 입출지선에 색을 칠하여 안전하게 유도한 점 등은 가히 획기적이다. 이로 인하여 지역간 문화 교류가 활발해져 어렵던 사투리의 이해는 물론 음식 맛의 평준화까지 이루었다. 단일문화권을 형성한 도로의 기능이 문화 공유의 현상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제는 윤창호법과 같은 인명 중시의 법체계도 갖추었고 시설도 보완하여 교통 선진국을 이루었다. 그러나 운전자의 의식은 아직 후진적이다. ‘빨라야 5이라는 점잖은 충고보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졸음은 저승으로 가는 길과 같은 오싹한 문구로 경고해야 할 만큼 난폭운전이 성행한다. 위험한 끼어들기의 칼치기, 터널 안에서의 과속과 무리한 추월 등 고속도로에서 깜짝 깜짝 놀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관계 기관에서 힘쓰는 만큼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안전 운행을 하는 것이 운전자의 도리이자 의무다.

 

바라기는 아직도 방임상태에 있는 터널 안의 추월과 과속을 방지하기 위하여 운전자에게 고액의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교통 법규를 개정했으면 좋겠다. 대형사고를 겪고 난 후의 뒷북 행정보다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정책이다. 터널 안에서의 대형 사고와 1020중 연쇄 추돌사고를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다. 소통을 위한 길, 문화 교류를 위한 길들이 불행의 길이 아니라 평화와 행복의 길이기를 기대해 본다.

 

* 강기옥 시인/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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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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