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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순의 디카시가 있는 수필] 부재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12/06 [22:49]

[오정순의 디카시가 있는 수필] 부재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12/06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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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걸어 잠긴 대문

꼬깃꼬깃 찔러 놓은 다녀간다는 말

 

"바쁘냐?“

 

                                                                               - 박문희

 [쪽 수필] 학창 때, 세 친구가 하나인 듯 붙어다니다가 졸업과 동시에 각기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고 헤어진 후 10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결혼하고 육아기에 접어 들었을 때, 종종 내 주머니가 네 주머니요 내 옷이 네 옷이던 시절의 친구가 그리워 모처럼 날을 잡아 지방의 친구를 찾아갔다.

 

직장생활 하는 친구라 나 때문에 계획에 차질에 생길까봐 미리 연락하지 않고 그냥 갔다. 친구는 법원에 계류 중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날 박문희 시인의 부재를 맛보았다. 목소리는 있으되 나를 반길 여유가 없으니 있어도 없는 사람이다.

 

없어서 없는 부재, 있어도 없는 부재, 없어도 있는 부재에 대하여 생각하며 기차에 올랐다.

- 바빠 보이니 그냥 간다.

 

말은 그렇게 전해놓고 많이 서운했다. 온갖 회포를 다 풀려던 게 수포로 돌아갔다. 그 때 꼬깃꼬깃 찔러놓은 말 아직도 내 정서 어디엔가 낑겨 있다.

 

시에 머문다는 건 나에게 머무는 것이다. 디카시 덕분에 모자이크 조각으로 덮어온 인생그림에서 마음에 안 드는 조각 몇 개 덜어내고 새로 끼울 기회를 얻는다.

 

 

허기는 만년 실재하는 자연과 종교에서 충전하면 실패가 없다. 누구든 사람은 사랑하고 나눌 대상이지 허기를 채울 대상이 아니라는 것 착각하면 반복 부재를 경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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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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