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인류는 이성적 사고와 과학적 발전을 중시했던 ‘이성의 시대’를 지나, 감정과 공감을 중시하는 ‘감성의 시대’를 거쳐 이제는 AI가 삶 곳곳에 스며든 ‘AI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이제 점차 다양화되고 있으며, 인간 본연의 가치인 영성에 대한 관심 또한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있다.
현대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성 역할과 성별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축된 산물이라는 관점을 제시하였으며, 그의 저서 <<젠더 트러블(Gender Trouble>>에서 성 역할을 반복된 행위로 이해하며, 사회가 반복적으로 규정된 성 역할을 수행하면서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를 “젠더 수행성(gender performance)”라고 불리어진다.
버틀러가 주장한 대로 AI시대에는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젠더 수행성’이 보다 실현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성의 시대에는 과학적 사고와 생산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성은 경제활동의 주체로, 여성은 주로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산업 혁명 이후, 생산성과 효율이 강조되면서 인간의 내면적 가치나 영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으며, 성 역할은 고정되었다.
이성의 시대에서 감성의 시대로 21세기에 들어 사람들은 감정과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이 시대에는 남성이 가정에서 감정적 교류와 양육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여성이 직업적 성취와 사회적 역할을 통해 자아를 표현하는 등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졌다. 또한 인간 본연의 가치와 삶의 목적에 대한 질문이 중요해지면서 영성에 대한 관심도 부활하였다.
감성의 시대, 이제는 AI시대 AI 시대는 기술이 인간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으며, 인간다움과 영성에 대한 고민을 새로운 방식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 AI는 감정과 이성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지만, 인간의 고유한 가치인 영성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내면의 평화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AI시대에는 기술의 도움으로 성별에 따른 역할의 제한이 줄어들면서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자연상태에 가까운,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가 가능해지고 있다. 예컨대, AI가 가사와 일상적 업무를 돕는 환경 속에서, 남성과 여성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의 능력과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되었고, 동시에 내면의 충실함을 추구하며 영적인 성장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AI시대는 영성과 기술의 조화 AI 시대의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성향과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나아가고 있다. 더불어 기술의 도움으로 각자가 자기 내면과 더 깊이 연결되며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AI 시대는 단순히 성 역할의 변화를 넘어서 AI는 조력자 역할을 하며, 인간다움과 영성의 회복을 돕는 중요한 동반자라는 과제도 함께 품고 있다.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길을 따라 의미 있는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대가 될 것이다.
* 옥필훈 전주 비전대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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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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