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열흘이면 태산도 거뜬히 밀어 버렸지.
태산만 밀었나? 1년 반만에 서해 바다 절반을 메꿨단다.
이런... 아재!
- 이신동
[쪽수필]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에 이르기에 건설 붐을 타고 부자된 사람이 더러 있다. 딸 여섯에 아들 하나인 집도 불도저 하나에 매달려 아홉 식구 모두가 생계를 이었다.
불도저가 자산인 친구네는 기사에서 건설회사까지 성장하였으니 왕년엔 이라 말해도 괜찮다. 모든 건설 사업의 성공 비결이 장비빨도 한 몫 거들다보니 구형은 역사의 퇴물로 남아 우리네 가슴을 적신다.
나날이 발전하는 도구들로 하여 잃어지는 직업도 있고 새로 생기는 직업도 있지만 나에게 저 불도저는 내 손이다.
출판사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극세선 긋기의 달인격인 우리네 일을 두고 직원들이 나 죽으면 손은 묻지 않고 무덤 밖으로 내놓고 묻어준다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
그러나 죽기도 전에 컴퓨터가 태어나 대신하니 한참 인기절정일 때 사용하고 물러나길 잘 했다. 그 뿐인가. 아슬아슬 피해간 것으로 치면 의류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스타일화 그리다가 그만둔 후 불과 10년도 채 안 되어 기성복시장이 활개를 쳤다.
문학과 그림과 사진을 두고 선택할 때 문학을 택한 것도 감사하다. 전 국민 사진 작가인 세상에서 나 설 곳이 어디 있다고 섣불리 들어섰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30년 남짓 아버지 동양화 액자 보듬고 있으니 그 또한 내 삶의 ‘녹슨 불도저’ 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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