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2년 2개월 동안 간간이 나왔던 ‘포스트 이재명’체제와 ‘이재명 대항마’론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1심서 징역형이 항소심서 100만 원 미만 벌금형으로 바꿔지긴 쉽지 않고, 이 대표가 집행유예 형을 받았으므로 양형이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은 재판도 이 대표에 더 불리하다는 정가의 얘기가 들린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고 밝혔고, 다음날 16일 광화문서 열린 당 주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3차 집회장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난 2년 반 동안 대통령 후보 적합도와 선호도 조사서 1등을 거의 뺏겨본 적이 없는 이 대표이기에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결코 죽지 않는다’고 강조할 만도 하다. 그런데 필자는 이 대표의 ‘결코 죽지 않는다’는 표현이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잠룡들에게 던진 메시지로도 느껴졌다.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둔 지난 7일 ‘이재명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독일 베를린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고, 13일엔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가 “선고에 상관없이 이재명으로는 다음 대선서 이길 수 없다”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그래서 이미 비명계가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제1 야당 대표로서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싸우는 건 정권교체라는 명분이 있어 범야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당내 비명계와 싸우는 건 대권가도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정치인생에도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우선 당장 ‘이재명 대항마’론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항마’론의 확산 조짐은 계속 진행돼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추석 때 이낙연 전 대표와 4시간 동안 막걸리 회동을 하면서 친비명계 목소리를 냈고, 최근 비명계 의원들도 ‘초일회’(매달 첫 번째 일요일 만남)로 모이고 있고, 김부겸 전 총리도 10월부터 전국을 돌며 강연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포스트 이재명’ 자리에 더 적극적인 김동연 지사는 22대 총선 경선서 친명계 후보들에게 밀려난 비명계 인사들을 경기도청에 끌어들이며 세를 모으고 있고,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친명 지도체제를 정면 비판해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았던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포스트 이재명’ 체제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야권 비명계 잠룡들이 ‘포스트 이재명’ 체제의 주인공이 되려면 아직까진 이 대표를 도와 현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싸워야 하고, “이 대표로는 다음 대선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자연스럽게 ‘이재명 대항마’로 부각돼야 하는데 벌써부터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점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동·백현동·성남FC 사건,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위증교사 사건, 대북송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은 지난 15일 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고, 위증교사 사건은 오는 25일 1심 선고를 받는다.
만약 이 대표가 25일 열리는 위증교사 재판애서도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그 때 자신의 입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비명계 잠룡들이 준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친명계가 대부분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대표의 위상을 생각할 때 설령 위증교사 사건 재판서 이 대표가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선고를 받더라도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가의 분위기라는 점을 비명계 잠룡들이 명심해야 한다.
특히 2027 대선까지 아직도 2년 이상이나 남았기 때문에 이 대표와 친명계 중심의 더불어민주당은 각종 집회를 열어 사법부의 오판과 정부와 여당의 국정책임론을 내세워 이 대표의 탄탄한 대권가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질주할 것이다.
이런 상황서 비명계 잠룡들이 ‘포스트 이재명’ 체제의 주인공 자리를 노리기 전에 생각을 바꿔야 한다, 먼저 자신의 대권 욕심은 내려놓고 이재명 대표를 대선후보로 만들고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인해야 한다. 그래야 더불어민주당의 2인자가 돼 만약에 이 대표가 대권 포기선언을 할 때. ‘이재명 대항마’가 될 수 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선 이 대표나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표의 재판을 사법부에 맡기지 않고 국민에게 맡기기 위해 탄핵이나 개헌 카드를 꺼내들 확률이 많다. 그러나 이 대표도 4개 재판 중 3개 이상 재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대의를 위해 대선포기 선언을 할 가능성도 개연성이 있다. 비명계 잠룡들이 그 때 등장해도 된다.
왜 이 대표의 선고에 대해 김경수 전 지사 그리고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지 이해가 안 된다. 아직은 때가 아닌데 벌써부터 김치국을 마시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김동연 지사만 선고 당일 날 페이스북에 "사법부 판단,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혹시 나중에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이 대표의 도움 없인 대선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비명계 잠룡들이 모를 리 없다. 아직은 이 대표의 대선가도만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포스트’는 ‘뒤에’ ‘나중에’라는 의미다. ‘미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현재 상황이 종료돼야 가능한 게 포스트다. 아직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고, 이 대표가 대선후보 0순위다.
* 김삼기 시사평론가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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