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주말농장 밭머리에 붉은 곱창파마 머리들이 난리가 아니네.
스치듯 아쉬운 가을 가기 전에 한바탕 놀아보자고
- 이신동
[쪽수필] 이따금 따라 가는 당일치기 여행 멤버 중에는 빨강머리 실버회원이 한 분 있다. 늘 뒷 자리를 고수하는데 곧 80을 넘어다 보는 나이인데도 전혀 그러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개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 씩씩하다. 나는 그렇게 못해도 때로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친다.
영락없이 시에 등장하는 맨들님들의 퍼머 헤어스타일이다. 그 분이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이해되는 동기가 있다.
IMF를 겪은 후, 중국집 배달 청년이 주홍색 머리를 하고 다녔다. 어느 날 또 초록색으로 바꾸어 등장하였다. 그렇게 과감하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물었다.
자유에 제한을 받으므로 답답하여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며 감정을 분출한다고 그랬다. 나는 그 청년이 고마웠다. 참다가 곪아터지지 않고 가능한 한도 내에서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질문에 당당하게 말해주어서 어른으로서 고마웠다.
그 청년을 만나고부터 누구의 어떤 별난 선택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 사람의 낯선 선택이 나에게 폐가 되지 않으니까.
시 속의 여인들도 갈래치마 바람에 출렁거리며 난리법석을 떨어도 눈찌푸리지 않고 미소지으며 보아줄 수 있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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