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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성의 시조] 피자를 주문하는 저녁

지난 25일, 제35회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본상 수상작품 전제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2/26 [20:47]

[손수성의 시조] 피자를 주문하는 저녁

지난 25일, 제35회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본상 수상작품 전제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2/26 [20:47]

▲ 지난 25일, 제35회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본상을 수상한 손수성 시조시인    

 

피자를 주문하는 저녁

 

                                              시조시인 손수성

 

피자는 정복시대

접시라도 삼켰는가

치즈며 토마토며 포획물들을 올려놓고

경계를 나눈 칼자국도 덤으로 담아낸다

접시들은 언제나 담는 것에 시장하다

우물 정자로 자르거나 찢어 먹던 전들에게

중심을 나누어 갖는 칼자국을 맛보게 한다

달콤한 중앙에서 딱딱한 변두리까지

사금파리 하나 없는 균등한 맛의 분배

크기만 칼이 아니라

맛도 검임을 읽게 한다

 

(35회 한국시조시인협회상_본상 심사평)

 

현대시조의 각성적 지향

 

한국시조시인협회가 수여하는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본상 심사대상 작품은 계간 시조미학 발표작 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1편이었다. 시력 20년 이상 시인의 발표작을 대상으로 하기에 결선에 오른 작품은 전반적으로 자신의 시조 세계와 시조 작법을 안정적이고 무난하게 잘 보여주고 있었다.

 

심사위원은 모든 작품을 면밀하게 정독하고 숙의한 끝에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현대시조의 각성적 지향을 보여준 손수성 시인의 피자를 주문하는 저녁을 일치된 의견으로 본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피자는 어느 사이에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인류 공통의 식품이 되었다. 전통 음식의 자리를 밀어내며 음식을 통한 문화 경쟁의 상징성이 농후하게 담긴 식품의 하나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정복’, ‘포획물’, ‘경계’, ‘칼자국’, ‘등의 시어를 의도적으로 정교하게 배치하여 전통음식의 상징인 전()과 다분히 대비적인 상황을 시의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다.

 

경계를 나눈 칼자국은 전이나 피자가 공통적인 것이지만, 2수 종장에서 피자를 보는 시선은 중심을 나누어 갖는 칼자국으로 사유를 확장시킨다. 주변에서 중앙을 향하는 신선한 발상이다. 중앙에서 변두리까지 균등한 맛의 분배는 결국 3수 종장의 크기만 칼이 아니라 맛도 검임을 읽게 한다는 웅숭깊은 표현을 낳았으며, 현대인의 음식문화에 대한 각성을 자극한다.

 

수상작 피자를 주문하는 저녁은 단순히 피자를 먹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자라는 상징물을 통해 음식문화의 주변과 중심을 천착하는 사유가 돋보였다. 3수로 된 연시조로 사유의 확장과 논리의 흐름이 명징하고 전통과 현대를 비교하고 대조하며 현대시조의 새로운 지향을 보여준다는 점이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시조시인협회의 협회상 본상을 수상하는 손수성 시인께 축하를 드리고 자신의 시세계를 확실하게 밀고 나가면서 좋은 작품을 자주 선보여 주시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손진은 김삼환())

 

(35회 한국시조시인협회상_본상 수상 소감)

 

시조와의 거리를 더욱 좁히도록 노력

 

미세먼지가 전국을 우울하게 하던 날이었습니다. 이정환 이사장님께서 전화를 해 주셨는데 수상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시골에 살면서 문단 활동도 부족한 저에게 상을 주신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껏 제 의식 속에 쌓였던 모든 미세먼지들이 깨끗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쁨이었습니다.

부족한 저로서는 본상을 받는다는 것이 크나큰 영광이고 행운입니다. 더욱이 시조시인협회에서 주는 상이라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졸작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이정환 이사장님과 집행부, 그리고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수상의 큰 기쁨 뒤에는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남는 것들이 있습니다. 문단 행사에 소홀했던 데 대한 회한과 직장이나 능력을 탓하며 좋은 작품을 많이 쓰지 못한 부끄러움이 그것입니다. 또 저보다 더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한 다른 회원들에게 대한 미안함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며 그에 따른 다짐도 해 봅니다.

 

이 작품은, 며느리가 피자를 좋아해서 아들과 셋이서 피자를 자주 먹던 시기 어느 저녁에 느꼈던 것입니다. 잘 나누어진 피자 조각과 웃으며 먹는 모습을 보고 균등한 분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상 작품으로 미흡한 점이 많겠습니다만 심사위원님들께서 제 의욕을 좋게 보아주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쓰라는 격려의 말씀으로 여기고 제 삶과 시조와의 거리를 더욱 좁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우리 시조시인협회가 앞으로 더 번창하고, 회원님들께서도 늘 건강하셔서 좋은 작품을 많이 쓰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수상자 손수성 시조시인/전,경주교육청 교육장) 

시사앤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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