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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 컬럼] 신명절별곡(新名節別曲)

명절 전날 친가行, 명절 당일 처가行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2/09/03 [07:51]

[김삼기 컬럼] 신명절별곡(新名節別曲)

명절 전날 친가行, 명절 당일 처가行 

시사앤피플 | 입력 : 2022/09/03 [07:51]

▲ 김삼기 / 시인·칼럼니스트    

 롯데멤버스가 최근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추석 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족·친척이 모두 모일 것이라는 응답은 25.7%, ‘적은 수의 친척들과 모일 것이라는 응답은 35.6%,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한다.

 

반면, 동거 중인 가족끼리만 보낼 것이라는 응답은 지난해 63.4%에서 올해 36.1%로 크게 줄었고, ‘혼자 지낼 것이라는 응답도 올해 2.6%로 지난해(4.8%)보다 줄었다고 한다.

 

올해 추석 연휴는 대체휴일까지 포함해 지난해와 같은 4(9.99.12)이지만, 지난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고향·친지를 방문한다는 조사 통계다.

 

정부가 거리두기 없는 추석 연휴 방침을 세워 연휴 기간 전국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의 통행료가 면제되고, 가족 모임 인원수 제한도 없는 등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이후 2년 만에 비교적 자유로운 명절 대이동이 허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못하고 자가용이 흔치 않고, 6일제 근무 등 사회적으로 이동 환경이 열악했던 30여 년 전에는 평상시 시간을 내 고향에 다녀오기가 쉽지 않아, 주로 명절에나 전국민 대부분이 고향을 방문해야만 했다.

 

지금은 교통과 통신 발달 등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평상시에도 고향을 자주 방문하거나 고향 부모와 쉽게 소통할 수 있어, 굳이 명절 때 꼭 고향을 찾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고향에 부모가 살아 계시다면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는 것은 불문율이기에 올해 추석에도 우리 국민의 약 80% 정도가 고향을 방문하는 것 같다.

 

명절은 오랜만에 고향·친지를 만나 혈연으로서의 정을 쌓고, 고향 친구들을 만나 옛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기에, 우리는 교통체증으로 도로가 꽉 막혀도 고향을 찾아가는 대이동행렬에 합류하게 된다.

 

최근 아는 지인들과 대화 중 올해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을 여쭤보니, 대부분이 추석 전날은 휴식을 취하거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친가로 향하고, 추석 당일에는 차례와 성묘를 마치고 처가로 향한다고 했다.

 

H그룹의 임원은 9일 아침 일찍 정읍에 있는 친가에 가서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10일 아침 차례를 지낸 후 성묘를 다녀와서, 곧장 광주에 있는 처가로 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11일 서울로 돌아와 12일은 집에서 쉰다고 했다.

 

D회사의 대표도 부모님이 오래전 돌아가셔서 9일 오후 형님 댁에 가서 형제들을 만나고, 10일 아침 형님 댁에서 추도예배를 드린 후 여주에 있는 선산에 들러 성묘를 마치고, 추석 당일 인천에 사는 처가로 간다고 했다. 처가에는 꼭 가야한다면서 그 이유로 매년 추석 때 모임이 있다고 했다.

 

불현듯 명절 대이동이 10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중심의 귀성차량과 귀경차량의 행렬이었는데, 이제는 명절 전날 친가차량행렬과, 명절 당일 처가차량행렬로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설 명절에 친구들에게 안부 전화 할 때도 대부분이 명절 전날은 친가로 명절 당일은 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전에는 상상도 못하는 차량행렬이 아닐 수 없다. 불과 수 십 년 전만 해도, 한국의 가부장제사회의 명절은 가장 위주의 모임만 허용되었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친가 위주로 모였음으로 명절 연휴 때 처가차량행렬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처가는 명절이 한참 지난 후에야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잠깐 다녀올 정도였다.

 

한편 대가족시대의 명절은 딸이 명절 때 친정에 아예 발도 붙이지 못했으니 말할 것도 없지만, 핵가족시대의 명절마저도 분가한 아들과 출가한 딸이 함께 만날 수 없으니 명절의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명절 전날은 아들과 딸이 각각 친가와 시댁으로 가고, 명절 당일에도 아들은 친가에서 오후 처가로 떠날 때 딸은 시댁에서 친정으로 가고 있어, 아들과 딸이 만나기 힘든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나도 두 남매가 다 결혼한 후 처음으로 맞는 지난 설 명절 연휴 때 딸과 아들이 함께 만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느꼈었다. 올해 추석 연휴 때도 추석 전날 저녁은 아들 가족과, 추석 당일 날 오후는 딸 가족과 함께 보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추석 전날인 9일에는 친가로 달리는 차량행렬이, 추석 당일인 10일 오후에는 처가로 달리는 차량행렬이 민족 대이동행렬의 장관을 이룰 것이다.

김삼기 / 시인·칼럼니스트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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