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장관은 지난 13일 카타르를 방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로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방안과 미국인을 비롯 외국인이 가자지구서 인근 이집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라파 국경을 개방하는 방안을 이스라엘, 이집트와 논의했다.
같은 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관도 가자지구서 지상 작전에 돌입할 것을 예고한 이스라엘을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작전계획 및 군사지원 방향을 논의했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수장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이 심상치 않자 동시에 이스라엘과 카타르를 방문해 우방인 이스라엘을 비호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우리나라 외교부와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작년 4월에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원팀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우방인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작년 3월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장관이 일본 이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당시 두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 및 정의용 외교부장관과 서욱 국방부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한미일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주요 현안을 협의했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때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한미일 안보협력 방안 협의 때도 항상 국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을 원팀으로 구성해 동시에 현장으로 보냈다. 미국 행정부 부처 중 가장 큰 규모의 국무부와 국방부 수장이 원팀이 돼 현장에 나타났다는 자체는 미국이 우방을 돕거나 미국의 목적을 꼭 달성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전 세계 모든 국가는 국제관계와 경제부흥을 염두에 두고 외교경제에 집중했다. 그러나 다시 신냉전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는 외교경제 대신 경제를 안보 개념으로 보는 경제안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최근엔 세계 곳곳서 분쟁과 전쟁의 위험이 드러나면서 경제도 외교와 안보가 견인하는 외교안보 시대가 됐다. 즉 전 세계의 경쟁구도 속에서 외교안보가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미국이 분쟁이나 전쟁이 일어나는 현장뿐만 아니라 경제 협력을 꾀해야 하는 곳에도 외교안보 수장인 국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을 원팀으로 구성해 첨병으로 보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외교안보를 비교해 보면 예산은 말 할 것도 없고 소속 공무원 수와 부처 서열도 큰 차이가 난다. 미국은 국무부 69,000명, 국방부 73,000명에 국방부와 국무부가 1,2위 부처인데, 우리나라는 외교부 670명, 국방부 1,010명에 외교부와 국방부가 중간 수준의 부처에 불과하다. 일본도 외무성 5,800명, 방위성 3,000명 수준이라고 한다.
대통령 외교 순방을 비롯해 각종 국제기구 회의나 정상회담 그리고 외교 관련 장·차관 회의가 매달 해외에서 열리다시피 하는 국제 상황에서 외교부 역량을 강화해야 하고, 북한의 도발과 함께 북핵 위협에 노출돼 있어 총력을 다해 군사력을 증강해야 하고, 특히 한미일 외교안보 동맹 관계에서 미국, 일본 외교안보 라인과 머리를 맞대고 우리나라 외교안보를 논해야 하는데 너무 초라한 우리나라 외교부와 국방부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가 외교안보 프레임으로 가고 있는 데 우리나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부 조직을 갖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외교부와 국방부가 예산도 늘리고 인력도 늘려서 미국처럼 하드파워 부처가 돼야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부장관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 외교전문가고, 오스틴 국방부장관은 4성 장군 출신으로 군에서 41년 동안 군사작전과 군사행정을 두루 섭렵한 강직한 성격의 군사전문가다. 바이든 대통령이 믿고 세계 어디라도 보낼만한 인물들이다.
우리나라도 현 정부 초대 외교부장관으로 윤 대통령 최측근 외교전문가 박진 장관과 3성 장군 출신으로 군에서 34년 동안 군사작전과 군사행정을 경험하고, 국회에서 3년간 국방 관련 각종 법률을 다룬 국방전문가 신원식 장관이 있다.
이제는 박진 외교부장관과 신원식 국방부장관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처럼 원팀이 돼 세계를 누비며 우리나라 외교안보 역량을 키우고 발휘해야 한다. 경제도 문화도 외교안보가 견인하는 시대에 외교안보를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만이 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대통령의 외교안보 등 외치를 담당하는 부처여서 세종으로 이전하지 않고 서울에 남아 있다고 한다. 유사시 긴급 소집되는 NSC에 장관 등이 참석하거나 대통령에게 긴급히 보고도 해야 한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대통령실과 궤를 같이 하면서 강대국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부처가 돼야 한다. 지난 13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수장도 중국을 방문해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리고 만약 무역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 여론이 각국 지도자들에게 중국으로부터 탈피를 요구하는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 분쟁 현장에 경제 수장이 가지 않고 외교안보 수장이 갔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잘 해석해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외교부와 국방부에 힘을 실어주고, 외교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이 원팀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도 한데 아직 조용하다. 2015년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 시절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외교와 안보 투트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고 허준영 회장의 발언을 우리 정치인들이 새겨 들어야 한다.
* 김삼기 작가(컬럼니스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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