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이렇게 엮다보면 굴비 맛도 나겠지요
ㅡ 손설강 디카시인, 수필가
[쪽 수필] 진정한 거두절미를 구경한다. 두릅, 마늘 양파 양미리 굴비를 두릅으로 엮은 것은 보았으나 이런 이미지는 처음 본다.
굵은 보리굴비 요리를 고급 한식으로 즐겨 먹는 사람들이 있 는가 하면, 나는 담백하고 야들야들한 육질의 맛으로 갈치를 즐겨 먹는다.
문학의 독서 경향도 특별하게 읽어낸 이미지와 언술로 쓴 디카시를 만나면 상상의 폭이 커지며 행복하다. 갈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갈치 맛을 굴비 맛에 비교하겠는가. 디카시를 즐긴다는 말이다.
독서로 관념의 세계를 넓히고 동서양의 여행으로 짧게나마 우리와 다른 해외 문물을 비교적 넉넉하게 접했다. 각 분야의 삶에 심도 깊게 적극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상과 마주쳤을 때 다양한 이야기를 읽게 된다.
깨달음과 연상 작용이 수시로 일어나며 나를 풍요롭게 만든다. 낱낱이 말로 다 해 주지 않아 도 행간을 즐겨 상상으로 채우는 재미가 있다.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섬세해지고 그동안 헛보고 산 것처럼 새롭게 보이는 것 투성이다.
집중 관찰하다가 때로는 가치의 전도가 일어나기도 한다. 늘 실경 속에서 상상이 꿈틀거린다. 공감하든, 확장하든 , 아니면 고개를 갸우뚱하든 상관없다. 저 디카시 한 권 읽고나면 다양한 작가의 정서나 지식이나 삶의 정보가 나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 경험을 끌어내 주며 공유하는 즐거움도 있다.
ㅡ 거두절미한 갈치, 5행 이내로 쓴 디카시여 나에게 오라. 비늘도 벗기지 않고 촌철살인의 문장 맛을 즐기리라. * 오정순 수필가/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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