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처도 추스리고 좀 앉아 쉬었으면 아들 이름에 얼굴도 없이 머리에 인 사랑바구니 언제쯤 내려놓을까
- 김민철
[쪽수필] 이미지의 수피와 절제된 선이 화가 박수근을 소환한다. 함지박을 인 여인, 아기를 업은 여인, 빨래하는 여인 등, 육이오 전쟁이 끝난 후의 가난한 삶이 고스란히 나목에 오버랩 되는 그림이다.
바위에 그린 듯, 나무껍질에 그린 듯 삶의 척박한 느낌을 나타내기 위한 작가의 수고는 말할 수 없이 수고로왔겠지만, 그것이 우리네 정서와 시대를 대표하는 화법으로 통했으니 그는 대한민국의 대표 화가로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박수근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 중 아기 업은 단발머리 소녀는 나 같고, 소박한 차림의 여인은 엄마 같고, 나무는 일 잃은 남자들 같다. 고구마를 쪄서 좌판에서 팔던 시절, 그 일도 아녀자가 맡았고, 일 하고 싶어도 할 일 없는 남자들이 늘 조금 기운 듯한 나목으로 그림에 등장하였지.
그 아빠와 엄마가 한 몸인 듯한 이미지, 자식에게 만큼은 고생을 덜어주고 싶어 배워야 산다고 배곯아가며 학교에 보냈으니 ‘The 행복한 학교’였으리라. 장날 아기 돼지 이고 팔러가다가 오줌 세례를 받기도 했다던 누구네 엄마도 사랑바구니 인 대한민국 엄마다.
엄마를 따뜻한 시선으로 읽어준 시인이 고맙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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