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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컬럼]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 이데올로기와 지도자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4/02/22 [21:58]

[채수찬 컬럼] 삶의 수준을 결정하는 이데올로기와 지도자

시사앤피플 | 입력 : 2024/02/2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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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시사앤피플] 동남아의 한 도시 인근에서 설 연휴를 보냈다. 며칠간 스쳐 지나가는 과객의 눈에 비친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한국의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전반 사이 정도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표정에서 읽히는 행복지수는 2020년대 한국 사람들보다 높아 보였다. 자국 정치에 대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였는데, 자기나라 정치에 만족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니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보면, 역사적 전통과 문화의 차이는 있으나, 전 지구적 세계화의 결과로 의식주 생활의 양태는 상당히 비슷해졌으며 특히 미국식 물질문명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래서 문화적 차이보다 생활수준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생활수준 면에서 어느 나라는 선진국 수준이고 어느 나라는 후진국인 차이를 낳는 가장 큰 요인들은 무엇일까. 두 가지가 생각된다. 그 하나는 그 나라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다. 한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경제체제, 정치체제, 그리고 종교적 태도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경제체제면에서, 냉전시대에는 시장중심으로 작동되는 자본주의경제와 공산당이 계획하고 통제하는 사회주의경제를 구분하는 게 유효했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가 일단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득대비 세금과 국가지출의 크기,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독과점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의 경제체제가 운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후진국들에서는 부가 소수에 집중되어 있고 저소득층의 경제적 상승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정치체제면에서 보면 민주주의와 전제주의가 대비된다.

 

한 나라의 정치제제가 민주주의인가는 인권과 언론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는지, 자유로운 선거에 의한 지도자의 선출이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여부는 가부간의 문제라기보다 정도의 문제인 측면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들이 모두 선진국인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인도는 분명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교적 태도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베버는 그의 저서 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개신교의 직업의식이 시장경제에 기반한 근대자본주의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논지를 편다. 지난 몇십년간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동아시아의 일본, 한국, 중국 세 나라는 역사적으로 유교문화권에 속해 있다.

 

유교를 종교로 볼 것인지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현세적 윤리를 강조하는 이데올로기였던 것은 분명하다. 세속적 가치를 부정하는 종교적 태도가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 생활수준 차이를 낳는 두가지 중요한 요인 중 다른 하나는 지도자다. 똑같은 경제체제, 정치체제, 그리고 종교적 태도를 가진 국가라도 지도자의 자질과 역량이 다르면 국민들은 다른 수준의 삶을 영위하게 된다.

 

중국은 문화혁명이 지나간 뒤 경제체제는 공산당 통제하의 시장경제, 정치체제는 공산당의 일당독재를 유지했고, 종교의 자유는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지배적 이데올로기 하에서도, 대외개방과 민간의 역할을 중시한 덩샤오핑과 그의 노선을 따른 후계자들이 통치하던 중국과 대외팽창을 추구하고 공산당 통제를 강화하는 시진핑이 통치하는 중국은 사뭇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덩샤오핑과 그 후계자들 밑에서 비약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을 경험한 중국사람들은 시진핑 밑에서 생활수준의 정체를 경험하고 있다. 설연휴에 방문했던 동남아의 나라도 좋은 지도자를 만나 국민의 삶이 향상되기를 기원한다.

 

*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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