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하석상대(下石上臺).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는 뜻으로, 임시변통으로 둘러맞추는 상황을 의미한다. 정책실패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비판이 이러한 미봉책 위주의 의사결정이다.
정책결정과정에서 문제해결(resolution)을 위해 애쓰기보다는 미루고 미루다 결국은 진빼기(flight)와 날치기(oversight)로 정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요한 문제일수록 문제 해결 가능성이 떨어지고 진빼기와 날치기 행태가 심해진다는 것이 쓰레기통모형(garbage can model)을 제시한 코헨(Michael D. Cohen)·마치(J. March)·올슨(John P. Olsen)의 주장이다. 오죽하면 쓰레기통모형이라는 명칭의 이론이 다 등장했나 씁쓸할 따름이다.
작년 10월 정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지급개시연령·기금수익률·소득대체율을 각각 조합한 24개 국민연금 개혁 시나리오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였고,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수치가 포함되지 않은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용계획안」을 발표했다.
2024년 1월 31일 출범한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는 의제숙의단이 구체화한 국민연금 개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오는 4월 총선 이후 시민대표단이 숙의를 거쳐 연금개혁 방안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회는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개혁안을 마련해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5월 30일 이전까지 「국민연금법」 등 관계 법률의 개정을 마칠 계획이다.
그러나 4.10 총선 이후는 전 국민이 이해관계자인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조사와 국회 권력의 변화가 예정된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긴 시간 놓쳤던 국민연금 개혁을 해낼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드디어 열리는 시점이기도 한 것이다.
참여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와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결합한 공론조사는 시민이 정책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이다.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론조사를 통해 시민대표단의 의견을 모아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대리하여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은 본분을 잊지 말고 기필코 관계 법률의 개정을 완수해야 한다.
온국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국민연금 개혁에 앞장서는 것은 지지율을 자진해서 떨구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두려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두려운 일을 해낸다면 오랜 불신을 깨고 침몰하는 대한민국호가 순항할 수 있도록 선로를 튼 국민을 위한 국회로 남아, 결국은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다.
*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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