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의 변화. 연탄에서 식탄으로, 그 생명력은 영원하다.
- 신중호
[쪽수필] 내 첫 집 등기부를 받고 겨울을 설레며 맞았다. 마루에 구공탄 난로를 피우자 온 집안은 포근함으로 감싸였다.
아기 옷이 난롯가에서 마르고 양은 주전자에서는 보리찻물이 보글보글 끓던 정경을 지울 수가 없다. 어머니의 손길을 전수 받아 남편의 구두를 신발주머니에 넣어 부뚜막에 놓아두면 부드럽고 따뜻하게 덥혀진다.
한 시간 정도 출근길에도 끄떡없이 따뜻했다. 중앙난방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부터 편리함이 애틋함을 밀어내고 말았다. 잃어버린 정서다.
연탄불 불씨 지킴이가 되어 살다가 착화탄 등장은 살림의 혁명이었다. 불 꺼지는 게 두렵지 않았다. 착화탄 한 장으로 불을 붙이다 두 벌 일이 되고나면 한장 더 소모하여 억울해진다.
그 다음부터 두 장으로 확실하게 불을 붙였고 이 원리를 생활 곳곳에 적용하여 돈, 시간, 에너지 낭비를 막는다는 경제 원리를 터득하였다. 잃고 얻은 지혜다
저 먹물구공탄, 식탄도 검다, 탄다, 에너지를 낸다는 공통성이 있다. 다이어트 한다고 적게 먹다가 배고프면 폭식하여 더 많이 먹는 거나, 돈 아끼며 질금질금 쓰다가 결국 큰 돈 쓰는 격이다. 의욕이 살아날 만큼 쓰고 한동안 잊고 열 내어 사는 게 확실히 경제적이다.
먹물구공탄 눈으로 먹으며 옛 생각 달게 씹는 초봄이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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