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이명숙 기자 = 안양대학교(총장 장광수) HK+ 사업단은 19세기 중국 지식인의 세계 여행기로 널리 알려진 『구미환유기(재술기)』를 출간했다.
안양대 HK+사업단의 열한 번째 동서교류문헌총서로 출간된 구미환유기(재술기)는 근대 중국의 1세대 외교관인 장덕이가 1868년부터 약 1년 10개월에 걸쳐 증기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영국과 프랑스를 차례로 방문한 뒤, 보고 들은 것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지구 일주의 여행 기록이다.
이 책의 번역과 주해는 안양대학교 HK+ 사업단 이정재 일반연구원이 맡았다. 저자인 장덕이(張德彝, 1847~1919)는 북경의 외국어 교육 기관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뒤 초기 중국 사절단을 수행하며 여러 차례 서양 각국을 방문하거나 특정 국가에 장기 체류하면서 중국 외교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폐국, 조선소, 공장, 군사 시설, 문화 유적 등 자신과 사절단이 방문한 각국의 여러 기관과 시설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대통령, 국왕, 주지사, 국회의원, 장군 등의 최고위직부터 상공업자, 작가, 학자, 선교사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만난 기록 또한 빠짐없이 적었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서양의 많은 문물과 지명, 개념 등을 음역이나 의역의 방식으로 표기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는 삼불란서사고(三茀蘭西司皐)로 음역하였고, 미국은 합중국(合衆國), 증기기관은 화기(火機), 기차는 윤차(輪車) 또는 화륜차(火輪車)로 의역하였으며, 정치 제도와 관련된 용어로는 대통령을 총통(總統), 국회의원을 신사(紳士), 상원을 상회당(上會堂) 등으로 표기하였는데, 이들 중 일부는 당시 이미 쓰이고 있던 표기를 수용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장덕이가 고안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근대 중국인의 서양 문명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살피고 현대 중국어 어휘 형성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일독할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으며, 한 청년이 장기간 여행을 통해 겪은 다양한 경험과 그에 대한 흥미로운 반응도 엿볼 수 있게 한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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