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이민영 기자 = 김재분 시인(雅號 詩靜)은 자유시를 쓰다 재작년 시조시인으로 등단해 시조집 『비와 우산』(새미 출판)을 발간(2021)해 어느 날 시와 시조를 섭렵하는 시인이 됐다.
저자 詩靜 시인은 시조집 서문에서 “매일 걷는 개울길에 풀꽃들은 물속 같은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그 옆에 앉아 가슴에 파란 물 들이고 있다. 시어 하나 건져 볼까 해서 들꽃에게 말을 걸어본다”고 했다. 사실 시조는 정형율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시보다 더 시어 선택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詩靜 시인은 가슴에 물을 들이는 심정으로 시어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 싶다. 아니 시어를 선택하거나 조어까지라도 해야 할 형국이다. 이는 시조시인으로서 겪게 되는 고통이고 고뇌이다. 시조시인은 이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늦게 현대시조를 알아가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3장 6구 12소절에 하고 싶은 내용을 다 넣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조집 서문에서 이미 기술했다. 그는 서문에서 “쓸수록 막막하고 갈수록 어렵다”는 점을 내 비쳤다.
김흥열 한국시조협회 명예이사장은 詩靜 시인의 작품해설에서 그의 작품 90여 편 중에서 몇 편을 감상해 보았다. 김 이사장도 시조는 제한된 형식 속에서 함축적인 언어 구사로 절제의 미를 추구하는 장르라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시의 조상은 시조라 할 만큼 그 역사가 길다. 그래서 시조를 짓는 작가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면서 “시조의 정교함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라 했다.
김 이사장은 “옛 시조와 달리 현대시조는 시조의 정체성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순우리말로 된 현대적 언어 감각을 살려내어 지어야 하는데 詩靜 시인은 이러한 시조의 특성을 잘 살려내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는 또한 “시인의 오랜 삶의 철학이 녹아들어 작품 하나하나가 맛깔난다”면서 “어떤 작품은 비유를 하지 않고 서정성만 살려 작품을 완성했는가 하면, 어떤 작품은 세 줄의 평범한 문장 속에 깊은 철학적 이미지를 숨겨두고 독자로 하여금 그 행간을 찾아내도록 유도하기도 했다”고 격찬했다.
김 이사장은 “늦은 나이에 시작한 시조 창작임에도 이처럼 잘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마 관심과 시를 써온 오랜 경륜 때문”이라 여겼다. 그러면서 “평생을 자유시를 써 왔으면서도 자유시의 잔재가 묻어 있지 않는 점이 돋보이며 시조 시인들이 본받아야 할 장점”이라며 시조의 전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점을 칭찬했다.
詩靜 시인의 작품 「귀갓길」을 샘플 감상해 본다. 소낙비 오는 날은 / 당신이 올 것 같아 / 큰 우산 받쳐 들고 / 정류장을 나갓다가 / 쓸쓸히 발길 되돌려 펼친 우산 접고 온다.
이 시조는 「귀갓길」 전문이다. 이 시조는 詩靜 시인이 평범한 시어 가운데 시조의 정형을 정확하게 지켜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비오는 날이면 임(당신)이 올 것 같아 우산을 들고 정류장에 나중을 나가고 싶은 심정임을 읽을 수 있다.
그것도 작은 우산이 아니라 큰 우산으로 둘이서 같이 받고 싶어 함을 나타냈다. 이는 우리가 가지는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정류장에 나가보니 임이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때 얼마나 쓸쓸하고 더 기다려질까. 이러한 심정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임(당신)이 보이지 않아 발길을 되돌려 우산을 접고 오게 되는 된다는 그의 시상과 시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시조의 반전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깊은 생각을 자아내게 하는 한편의 시조이다.
저자 김재분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사범학교, 방송통신대학교,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8 <문학세계>로 시 등단, 2020 <문학세계> 시조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시조집으로 「비와 우산」(2021), 시집으로 「내 안의 연못」(2001), 「그대 그리고 나」(2006), 「그 숲에 이는 바람」(2010), 그대의 미소가 꽃이 되는(2014) 등이 있다. 詩靜 시인은 순수문학상(2006), 서초 문학상(2010), 동포문학상 등을 수상해 이미 문단에서 공인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민영 기자
mylee063@naver.com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