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다만 작가 - 김석윤
[쪽수필]늦여름, 보드라운 까마중 잎이나 뽕잎이 벌레에게 집중공략을 받아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듯 몰골이 사납다.
하나의 대상 앞에서 먹힌 쪽과 먹은 쪽 중 어느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우는지를 알아가며 묵상하게 된다. 숨탄 것들의 목숨이 먹이 사슬의 윗 것들에게 수시로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은 뭔가 불합리해 보이기도 한다.
일부는 종자 번식용으로 남고 일부는 먹이 사슬 윗 단계에 먹혀 마치 장기 이식하듯 윗 단계 생명체의 일부가 된다고 이해한다.
갉아 먹힌 저 잎이 나의 정신세계라면 신은 나를 먹고 나는 신의 극 일부로 살면서 비움에 깃든 성령의 맛을 누리리라. 그리고 긍정한다. 먹힌다는 건 뜻에 따른다는 것,
헐벗고굶주린 자에게 한 것이 신에게 한 것이라 이해되어 자유의지로 내어주었다면 그건 신에게 먹힌 것이리라. 진리의 말씀을 먹고 살다가 정화를 마치고 온전히 하나 되고 싶다는 열망을 하게 된다. 갉아 먹힌 잎이 가볍고 성스러워 보인다.
디카시 한 편에 우산살처럼 펴지는 생각들, 우리의 생각과 모두를 섭리로 다스리는 신의 뜻이 계실 것이므로 되레 마음이 편해진다.
- 신이여, 저도 당신 뜻대로 하소서
* 오정순 수필가/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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