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겼다. 11월 4일 저녁 필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수도 랄리에서 CNN 개표방송을 보고 있었다. 늦은 저녁 이미 트럼프의 승리가 확실해 보이는데도 CNN은 계속 카멀라 해리스 승리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이른 새벽에 트럼프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CNN 해설자 중 한 사람은 트럼프 승리의 요인을 세가지로 짚었다. 이민문제, 체감경제, 국제분쟁이라고. 해리스가 이겼으면 아마도 낙태문제, 경제지표,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 등을 이긴 요인으로 꼽았을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흔히들 내놓는 선거결과에 대한 설명은 사후적으로 갖다 붙이는 것일 뿐 정말 맞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맞는 설명은 무엇인가.
세계 어디서나 좌우를 막론하고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정권이 계속 교체되는 추세이며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맞는 설명일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정권교체가 여기저기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그동안 기술혁신과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양극화를 정치적 소용돌이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관찰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런데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 양극화로 생기는 문제를 완화하는 데는 아무래도 좌파 정책이 더 유리하지만 양극화의 피해자들이 좌파쪽에만 투표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민으로 양극화가 심화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우파쪽으로 쏠리고 있다.
다음과 같은 설명도 가능하다. 양극화과정에서 아래로 내몰린 사람들이 좌파든 우파든 정권이 바뀌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야당에 투표한다. 물론 야당도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유권자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실망할 수밖에 없다. 양극화도 불만의 한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갈수록 필자는 변화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권자들이 변화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혼돈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사회가 급변하면서 정치도 바뀌고 있는데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당들이 혼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변화는 왜 혼돈을 가져오는가. 이미 언급한 것처럼 변화를 일으키는 동인은 기술혁신과 세계화다.
다시 말하면 변화의 한 축은 과학기술이고 다른 한 축은 시장이다. 기술과 시장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변화하고 있는 데 이를 주워담을 그릇인 사회체제와 정치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민간부문은 변화하고 있는데 공공부문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 가설과 관련된 흥미로운 문제는 공공부문이 민간부분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전제주의 체제를 가진 나라들에서는 정치가 안정적인가 하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이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전제주의 체제에서는 자유로운 선거가 없으니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괴리가 정권교체로 이어진다는 가설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겉으로 보면, 그리고 단기적으로 보면 전제주의 국가들의 정치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보다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전제주의 국가들이라고 해서 기술혁신과 세계화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불안요인은 체제내에서 커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폭발적 변화의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현하 러시아와 이란은 주변국에 무력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도 최근 먼 전쟁터에 몸을 들이밀고 있다. 중국도 주변국들에 근육자랑을 하고 있으며 특히 대만 침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무력도발들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내적 불안 요소가 밖으로 분출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정치가 문제다. 세상의 변화를 따르지 못해서 문제다.
* 채수찬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 이 기고는<시사앤피플>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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