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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컬럼] 강기옥의 '파경(破鏡)의 진실'

공주가 헤어지면서 거울을 깨 나누어 가진 데서 비롯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기사입력 2022/09/09 [06:16]

[기자 컬럼] 강기옥의 '파경(破鏡)의 진실'

공주가 헤어지면서 거울을 깨 나누어 가진 데서 비롯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입력 : 2022/09/09 [06:16]

 

▲ 강기옥 문화젼문 기자(시인)    

 [시사앤피플] 거울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정이나 사회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소시민의 가슴에 파경(破鏡)의 현상은 마음까지 혼란하게 한다.

 

어려운 경제에 편승하여 거울을 깨려는 자들의 불협화음에 사회가 시끄럽다. 특히 선거를 앞둔 정치의 계절이 되면 시선은 온통 분당에 집중된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정치집단의 속성에 민중은 유리잔을 보듯 위태로워하는데 그런 긴장감 속에서도 내일을 예단하며 영웅담을 즐기는 계층도 있다.

 

삶이 힘든 서민들은 불안한 정치 상황을 안주 삼아 언성 높이는 줄도 모르면서. 연예인의 연애담과 혼인에 대해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을 덧입혀 감탄하던 사람도 그들의 이혼에 대해서는 그럴 줄 알았다며 더 맛깔스러운 안줏거리로 삼는다.

 

그들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은 신선한 이야기보다 흥밋거리의 대상이라는 의미다. 그에 비해 정치인들이 서로 등을 돌리며 말싸움하는 현상은 씹어도 씹어도 씹히지 않는 쇠고기의 기름 덩어리처럼 추하게 여긴다. 결론도 끝도 없는 이야기, 그래서 차마 목에 넘길 수 없는 껌씹기의 반복이다.

 

헤어짐은 정든 사람과의 이별을 의미하는 아쉬움이 내재 되어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상의 연장이라는 의미가 짙다. 그러나 갈라섬은 이해관계나 정치적 성향에 의해 등을 돌리는 의도적 행위라서 고약한 행위로 간주한다. 계산된 권력 추구의 인간들에게 해바라기의 순수한 향일성(向日性)은 찾아볼 수 없다.

 

파경은 남북조시대 진()이 망할 때 서덕언과 그의 아내 낙창(樂昌)공주가 헤어지면서 거울을 깨 나누어 가진 데서 비롯된 이야기다. 전쟁이 끝나면 정월 보름에 시장에 나가 깨진 거울을 팔면 반쪽 거울을 맞추며 다시 만나자는 사랑의 징표였다. 송나라 학자 이방(李防)978년에 편찬한 태평광기(太平廣記)에 시로 실려 전하는 이야기다.

 

거울은 당신과 함께 떠났는데 (鏡與人俱去)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네 (鏡歸人不歸)

달 속 항아의 그림자는 돌아오지 않건만 (無復姮娥影)

달빛만 속절없이 휘영청 밝구나 (空留明月輝)

 

서덕언의 예상대로 진은 수에게 망하고 낙창공주는 수의 귀족 양소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서덕언은 약속한 날에 반쪽 거울을 들고 시장에 나갔다. 그런데 낙창공주는 보이지 않고 한 노파가 거울을 팔고 있었다. 서덕언은 자기의 반쪽 거울을 확인하고 거울 뒤편에 시를 써 보냈다.

 

시를 받은 낙창공주는 금식하며 울었다. 이 사연을 안 양소는 낙창공주를 자유인으로 보내주었다. 죽음을 초월한 만남의 과정을 그린 시다.

 

파경은 파혼이나 갈라섬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재결합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전후 관계를 잘라버리고 깨져버린 거울만 강조하여 부정적 인간관계로 변질된 것은 사회가 그만큼 거칠어졌다는 의미다.

 

정치는 정권을 추구하는 정치(政治)일 때 사회가 혼란하다. 바르게 다스리는 정치(正治)일 때 사회가 안정되고 백성이 편안하다. 갈라선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정치인의 결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판은 물론 감정을 앞세운 개인도 갈라서는 파경이 아니라 재회의 기쁨에 감격하는 파경이 되어야 한다.

 

*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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