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펴자 어디선가 신바람이 불어온다
더해 갈 그리움의 출발선인 줄도 모르고
- 작가 송재옥
[쪽 수필] 아들의 신혼집을 마련하여 새 단장을 하고 키를 넘겨주던 날ㅡ인격 분리, 재산 분리, 주소 분리 중 마지막 선서가 이루어졌다. 말은 쿨하게 해두었어도 실은 하나도 지키고 싶지 않은 나의 선서다.
내 손에서 아들 손으로 키가 넘어가는 순간, 드러내서는 안 되는 감정, 풀씨가 분리된 자리로 바람이 지나가듯 그렇게 서늘함이 스쳐지나간다. 얼른 나를 다독였다.
자꾸만 안절부절해지고 서성거려져서 쓰레기 봉지를 들고 현관 밖으로 나가다가 아들이 친구에게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 온전히 독립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살 수 있게 된다는 게 가슴 벅찼는가보다.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할 때 나를 되돌아보았다. 나도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육남매 장녀로 반 부모 역할 하다가 홀가분해진다는 생각으로 한 시간이라도 빨리 우리의 보금자리로 가고 싶었다. 그리움은 그 다음에 오는 아픔과도 같지.
날아가는 꽃씨처럼 자식의 정신세계를 나는 바라볼 수 조차 없다. 그의 인생이니까. 아들과 딸을 독립시키며 그래서 울지 않았다. 적령기에 짝 찾아 행복하게 떠나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특별할 것 없이 때가 같아져야 느낄 수 있는 반복, 그 것이 인생이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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