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에 사는 푸들 쿠숑이 멋쟁이로 소문났는데
올 겨울 유행 색깔은 정열의 색이 될 거라고 미리 옷 입고 나왔네
- 김선미
[쪽 수필] 계절이 바뀌기 전에 로데오 거리를 거닐면 그 해의 유행색을 알 수 있다. 어느 해에 파스텔 톤이 유행할 거라는 발표를 듣고 신상 옷을 출시했는데, 느닷없이 경제 불황이 닥쳐 검은 색을 출시한 브랜드만 옷을 판 해도 있다. 예고된 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느닷없이 대박 나는 사례도 있다.
반려견이 가족인 이 시대에 반려견 패션 시장도 만만치 않다. 발가락에 하얀 패티큐어를 바르고 선글라스를 쓴 멋쟁이 견공에서부터 아기에게도 사줄 수 없을 만큼의 고가 유모차까지 확장되어 있다. 사는 게 천차만별이고 기호가 다른 인간사에 가족이라면 입장 바꿔 생각해 줄 수도 있다.
시에 등장한 맨드라미 푸들 쿠숑은 ‘패쇼니스트’라는 제목과 ‘미리’라는 단어로 다 말 하고 있는 셈이다. 패션계 뒷이야기를 빌리자면 늘씬한 모델 지망생들에게 팔고 싶은 옷을 입혀 거리를 활보하도록 홍보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눈에 익고 멋스러우면 자연스럽게 선택하도록 된다는 건 일리 있는 이야기다.
올 가을, 어느 심심한 견공주인이 하얀 강아지에 염색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궁금해진다. 웃게 하는 디카시 한 편이 선물처럼 고맙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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