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원정대 발대식 현장 화려한 곳 밝은 곳 보다 구석진 곳 응달진 곳에 제일 먼저 찾아가겠다는 다짐의 목소리가 우렁찹니다
- 김성미
[쪽수필] 우리 기억 속의 싼타는 하얀 콧수염과 턱수염이 있어야 하며 붉은 색 옷을 입은 배불뚝이 할아버지는 장화를 신고 선물 자루를 짊어지고 굴뚝으로 내려와야 고전이다.
어느새 상당수의 주택이 아파트로 변신하고 선물은 택배로 배달된다. 그래도 싼타가 사라지면 어린이들에게 동심이 흐려진다. 새로운 아이템으로 교육을 받는 싼타는 바로 붉은 소화기싼타다.
시인의 시선에 미소가 피어나고 누가 보아도 싼타 조건을 다 갖추었다. 붉은 옷에 눈 오는 날의 싼타와 하얀 수염의 흰색이 기억에서 살아나고 등에 짊어진 그 무엇이 현대판 싼타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언술에서 다짐의 목소리가 우렁차다는 문장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게 입을 쩍쩍 벌리고 있는 이미지가 인상적인데 뒤똥거리다가 쓰러진 할아버지도 있으니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퐁퐁 솟는다. 디카시 맛이다.
사라져가는 서정적 문화를 애써 붙들고 싶어 시인은 소화기 싼타를 등장시키고 대형건물에는 인테리어로 추억만 소환한다.
싼타 할머니 한다고 선물 꾸려가지고 산동네 찾아가 가가호호 담 너머로 선물을 던져 넣으며 며칠 동안 흥분하던 날도 이제는 꿈만 같다. 그래도 좋다. 시인을 통해 추억이 꽃처럼 피어나니까.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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