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사이사이 올망졸망 몇몇이
콩 감자 옥수수 나눠먹으며 살던
고향 옛집
- 안정선
[쪽수필] 오래 전, 강원도 오지로 남의 고향 빌리기 같은 봄 여행을 떠났다. 마음 가는대로 발 닿는대로 가보자고 하였다. 과자와 음료수, 김밥과 과일을 두루 챙겨 자동차 뒷 트렁크에 싣고 출발했다.
일터의 농부를 만나 한 끼 밥을 같이 먹고 오기로 했다. 도시의 삶이 재미없다는 의미도 곁들여진 셈이다.
차를 몰고 가는 내내 참으로 조촐한 너와집이 드문드문 보였다. 작물은 자라고 있어도 사람을 만날 수 없어 달리고 달리다가 집 가까운 일터에서 괭이질 하는 남자와 아기를 업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할머니를 만났다.
우리는 차를 세웠다. 과자봉지와 먹거리를 챙겨 일터로 다가갔다. 등에 업힌 아기에게는 과자봉지를 안기고 어른들과는 함께 식사를 하자고 청했다. 일손을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소풍간 것처럼 정스럽게 식사를 나누었다.
마른 고춧대를 뽑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완두콩을 심고 타고 오를 지지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보아야 묻고, 물어서 알면 세계가 확장된다. 문물이 다른 세계로 여행갈 것을 그 때 작정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내 안에 문화적 충돌이나 자연의 감동을 담아 와서 글로 재생산하기로 하였다.
오늘날 디카시 창작을 즐기는 힘도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 오정순 수필가 / 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사앤피플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