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3 대한민국 경영혁신 ‘공헌 대상’ 수상 정윤석 대표(금풍산업)소방용 배관, 스프링클러 등 벨로우즈 관련 최고의 기술 인정 받아
[시사앤피플] 이민영 기자 = 정윤석 금풍산업 대표(64)는 6일 오전 11시 한국노동경제연구원(원장 김명수/법학박사)에서 그동안 벨로우즈 기술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23 대한민국 경영혁신 일자리창출 공헌대상을 수상했다고 시상조직위가 밝혔다.
김명수 원장은 “정 대표가 30여년 간 한 분야의 기술을 연구 개발해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기술을 연마했으며 평생동안 벨로우즈(주름관)를 다뤄온 엔지니어로서 지내 온 삶이 높이 평가 됐다”고 격려했다.
정윤석 대표의 지인 고 모(67)씨는 “정 대표는 ‘파이프(주름관) 박사‘로 통합니다. 이런 애칭을 얻기까지 그는 어떤 파이프든 자유자재로 다루는 엔지니어이기 때문이죠” 그는 정 대표를 “한 분야에서 모든 고난을 혼자서 극복해낸 승리한 자”라고 추켜세웠다.
정 대표는 오랜기간 이 분야에 종사하며, 소방용 합성수지 배관용, 후렉시볼 조인트, 직관형-아파트형 스프링클러 등 벨로우즈 분야 산업 발전에 기여했으며, 업계의 산증인일 뿐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 최고의 단계에까지 업그레이드한 주인공이다. 그의 얘기를 들어 본다.
기술 공유와 나눔은 ‘밥 한술’ 과 같은 격이다.
이 분야 기업인 중 많은 분들이 정 대표를 찾아와 이런 저런 경우 어떻게 배관을 처리해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그는 흔쾌히 설명하면서 성실히 알려주곤 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이것은 재능나눔이고 기술공유이며 지식전수”라 강조했다.
그는 어린 시절, 농촌에서 절대 빈곤시대에 살았다. 당시 농촌에는 배고파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이들에게 밥 한술 주는 것을 가장 큰 미덕이었다. 그런 것처럼 기술을 갈망하는 이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 또는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밥 한술’ 주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정 대표는 기술의 공유를 나눔의 정신으로 실천했다고 한다.
정 대표가 욕심부리지 않고 나눌 줄 아는 것은 아마 어릴 적 경험에서 나온 습성으로 보인다. 그는 성장해서 오랜 기간 국제로터리클럽 활동을 해 왔다. 또한 관련업체 대표들의 모임을 만들어 보육원 돕기 등 김포 지역 봉사활동에 적극 나섰다. 이 또한 같은 맥락에서 ‘밥 한술’ 더 나누는 격이었다.
스스로 배운 기술, 최고 경지에 이르다.
정윤석 대표는 1995년 창업했다.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창업한 셈이다. 당시만 해도 벨로우즈(주름관)와 같은 특수한 분야의 기술학원이 거의 없었다. 그 뿐 아니라 학원이 있다 하더라도 학원비가 비싸 엄두도 내지 못할 처지였다.
그래서 그는 “선배들이 본 책을 얻어 읽어거나 전문서적을 구입해 독학으로 다양한 기술을 배웠다. 속도는 더디지만 하나 둘 배워가는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밸로우즈(주름관)는 기기의 유연성, 밀봉성이 특징이다. 따라서 어디를 사용하든 신축이음이 잘 돼야 한다. 파이프 중에서도 가장 정밀이 요구되는 부품이라 했다. 이런 특징을 살려 자동화·과학화된 방식의 스프링클러 시스템에 사용되는 소방설비 자재인 CPVC(염소화폴리염화비닐)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해 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각종 산업과 건설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소방용 배관으로 각광을 받고 있어 전망이 아주 좋은 편이다. 이 업체의 기술이 최고 수준에 오른 것은 오직 정 대표의 ‘땀과 눈물’의 결과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정 대표의 강한 의지와 IMF의 시련 극복
소재마다, 용처마다 각기 다른 배관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정 대표의 생각은 기술개발과 직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면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는 금풍산업의 창업과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과 인생 얘기를 추억의 실타래를 풀어가듯 늘어 놓았다. 그는 1995년 창업 후 2년이 흐른 1997년 서울공장을 김포로 확장 이전했다.
동시에 제품 테스트 머신 보완, 실험실 확충, 인도네시아 직수출 개시, 2002년 자동차용 BELLOWS 생산, 주름관 성형방법 관련 특허등록, 위생안전기준 인증, ISO-9002와 ISI-9001 인증획득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강소기업이 되도록 힘겨운 과정을 하나씩 만들어 갔다.
어릴 적부터 눈썰미와 손재주가 좋고 성실했던 그였지만, 시련은 그를 피해가지 않았다. 창업 후 훈풍을 타고 업계의 상당 위치까지 올라갔지만, IMF를 맞게 돼 그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인도네시아 수출로 솔솔한 재미를 보았다. 하지만 IMF 사태로 확실 시 된 외자 유치까지 막히게 돼 일순간 회사는 부도위기에 처했다. 이 고난의 시간은 너무 힘이 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설명을 이어갔다. 가슴이 찡했다.
이런 저런 고통 속에서 그의 가족과 직원들의 결기에 찬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됐다. 이 스토리를 책으로 쓴다면 몇 권은 쓸 정도라 했다. 그는 “당시 그 슬럼프가 없었다면 지금쯤 대기업군에 진입했을 지도 모른다”며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정 대표가 가장 우선 시 하는 것은 품질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연구개발과 신제품 개발 등에 역량을 집중했고, 장인 정신으로 최고를 향해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가족기업형 유니콘기업, 그가 꿈꾸는 비전이다
재작년 어느 날,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자녀가 우리 가업을 이어가겠다고 했을 때 정 대표는 “하늘로 올라 갈 것은 기쁨을 느겼다”고 했다. 평생 일군 사업체를 유지하는 것도 그러했지만, 더 애정이 가는 대목은 직접 개발한 기술들이 계승 발전될 수 있다는데 대한 기쁨이었다. 아들의 가업승계 발표는 그가 우려했던 여러 고민을 한 순간 말끔히 씻어냈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늘 생각했다. 어디를 가든 하찮은 것이라도 기술적 측면에서 유심히 바라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강조했다.
“항상 현장에서 기존 것들을 응용하고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 낸다면 그게 바로 기술 특허감”이라며, 뭐든 탐구하는 자세로 현장을 잘 살피는 게 비결이라 했다.
그는 전북 고창군(아산면)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소나무 숲 속에서 자랐다. 고창군이 상징수로 여기는 이 소나무처럼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지향하면서 살아 왔다.
가족 모두가 이 회사에 몰두하면서 종사자들과 함께 서로 ‘가족애’를 나누고 있다. 가족기업 형태의 유니콘 기업(강소기업)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고 비전이다. 그는 “나도 이제 나이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 기업처럼 대를 잇는 장수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넌지시 아들에게 바톤을 받으라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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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mylee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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