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발바닥에 와 닿는 부드러운 촉감과 고만고만한 것들이 동글동글 어울려 있는 모습이 좋아 나는 콩돌 해안을 즐겨 찾는다.
그곳은 지휘봉도 없는 바람이 파도를 이끌어 셋잇단음표로 흔들어대다가 엇박자로 후려치는 힘찬 교향악이 지친 일상을 잊을 수 있는 명상에 빠져들게 한다. 돌들이 부딪치는데도 날카롭지 않은 소리가 파도 따라 오르내리고, 바닷물에 씻기는데도 둔탁한 공명이 진종일 화음으로 자갈거린다.
은발로 다가와 이내 돌 틈새로 스며드는 파도의 하마 같은 심호흡에 심장의 고동을 느낄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신발을 벗고 걸으면 콩돌(조약돌)밭은 어느새 도량(道場)이 되어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인지에 대한 자문자답으로 인생을 살지게 한다.
돌이나 바위가 홀로 있으면 그대로 돌이요 바위다. 하 많은 날을 비바람에 씻겼다 한들 부딪고 살을 맞대 비빌 상대가 없으면 그저 보잘것 없는 돌덩이요 바위일 뿐이다. 어울릴 수 없는 생태적 한계를 지닌 물과 바람과 돌들이 해변에서 이루어낸 화합은 평화가 무엇인지, 원시적 순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크고 작은 원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원만하게 가꾼 콩돌은 그래서 인간이 닮아야 할 성자의 모습이다. 모난 개성으로 상대를 연마(鍊磨)하는 베풂과 수용, 크다고 뽐내지 않고, 작다고 주눅들지 않는 어울림의 미학이 콩돌 해안의 가르침이다.
모두가 잘났다고 자신만을 내세우는 세상,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월심리가 만연한 사회는 모난 인격으로 언제나 시끄럽다. 모난 돌뿐이다. 이웃이 많으면 인격도 원만하게 도야(陶冶)할 기회가 많은데 사람이 많은 이 세상은 오히려 각(角)들이 많아 쟁그랍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아름다운 결정(結晶), 인간사회의 콩돌 해안은 어디에 있는지 파도의 심호흡과 교향악을 연출하는 갯바람이 그립다.
* 강기옥 시인 /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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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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