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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종은 수필} 백내장 수술과 인생 삼막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2/10/27 [05:57]

[심종은 수필} 백내장 수술과 인생 삼막

시사앤피플 | 입력 : 2022/10/27 [05:57]

▲ 심종은 시인    

나이 탓으로 돌려야하나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노화현상인지 피부 표면 곳곳에 기미나 죽은깨 등 반점으로 얼룩투성이다. 아름다움을 항상 유지하고 싶은 여인들의 심정을 나타내듯 낙엽지는 계절의 어수선한 기분과 더불어 아내는 몹시 어두어진 얼굴이 되어 있었다.

 

세월이 가져다 준 인생의 훈장이라는 주름살도 노쇠현상으로 단순히 간주해 버리기엔 어딘가 너무 아쉽고 씁쓸하며 속상하다 못해 착잡해진다. 안면에 피부 트러블까지 번지면 외출마저 두려워진다. 남자인 나도 그렇지만 아내는 이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더우기 아내는 그 고운 얼굴에 눈처짐 현상이 생겨나면서 외출마저 꺼리게 되었다.

 

생각다 못한 나는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면서 생일선물로 안성형수술을 바라는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해 주기로 하였다. 마침 자식들도 생일선물 대신 용돈을 늘려 외식자리를 마련하고 선물 대신 현금을 내미는데, 휴지박스에서 휴지 마구 뽑아내듯 돈을 뽑아내는 장치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만기해약한 적금까지 얼추 수술비가 마련되면서 아내는 동네 안과를 찾아 검진을 받았다. 그런데 성형수술이 문제가 아니었다. 검시과정에서 백내장이 발견된 것이다.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래서 당장 안과전문병원을 찾아가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아주 잘한다는 안과전문병원을 당장 찾아갔다.

 

전문 파트별로 나누어 원장이 8명이나 되는 아주 큰 곳이었다. 내원 환자 수는 물론 규모도 큰 것에 놀랐고 측정시설까지 매우 잘 갖추어져 있어 절로 믿음이 갔다. 접수창구에서 지정한 대로 5번 진료실을 안내받아 대기순 대로 진료를 받고 나왔다. 수술날짜를 다시 잡고 이틀에 걸쳐 차례대로 양안수술을 받았는데, 첫날은 20, 둘쨋날은 40분이나 걸렸다. 아내의 경우 동공이 너무 작고 녹내장끼도 있어서 집도의도 회피하고 싶어질 만큼 수술이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비교적 수월했던 첫날에 비해 둘쨋날은 너무 수술시간이 길어졌고, 아내도 몹시 긴장해서 잡아본 손이 몹시 차가웠고 떨리는 촉감이 사뭇 전해져왔다. 수술 결과 그래도 눈 주위가 깨끗해지고 시력이 차츰 양호해지는 것을 보고 아내는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내게도 자꾸 진찰을 받아보도록 권유하였다.

 

마침 나도 한쪽 눈에 검은 테두리가 지는 느낌이 들어서 불안감을 느끼던 터에 마침 백내장 수술받은 아내가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정상궤도에 이르는 상태를 지켜보고, 또 아내의 적극적인 설득마저 이어져 나도 이 기회에 수술받기로 작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의사의 진찰 결과 나의 양안(兩眼)이 모두 오래된 백내장이라고 했다, 평소 황반변성이나 망막 이상이려나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으나 차마 이럴 줄은 몰랐다. 지독한 근시라서 평소 안경을 착용했지만, 바늘귀도 서슴없이 잘 꿰던 내가 어찌 백내장이란 말인가 의아심이 들었다. 그래도 전문의가 진료한 것이니 믿지 않을 수 없었고, 마침 아내도 수술이 성공한 터라 이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노인들이라면 백내장은 흔한 수술이다. 병원에도 백내장을 비롯하여 녹내장, 황반변성, 망막 이상, 안구건조증, 안성형 등 내원하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줄곧 따라다니며 아내를 보살피던 내가 입장이 바뀌어 환자가 되고 아내가 보호자가 되었다. 아내가 수술할 때면 내가 태우고 다녔으나 애당초 운전 못하는 아내를 위해 인천에 사는 딸을 불러 며칠간 수발을 들게 하였다.

 

우안 수술부터 시작했는데, 수술실이 냉방실이라 매우 추워서 입술마저 얼어붙은 듯 사뭇 떨려왔다. 백티를 제거하고 거기다가 고도화된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느라 생각보다 수술 시간이 계속 늘어나서 초긴장 상태였는데, 이를 악물고 참고 버티자 마침내 끝은 왔다.

 

수술실을 나와 바깥세상을 바라보니 종전보다 시야가 한층 밝아졌다. 처음 안경을 썼던 그 순간의 기억처럼 세상은 한층 신기해 보였다. 단지 흠이라면 전과는 반대로 아주 가까운 글씨는 볼 수 없다는 것. 2때부터 57년간 써왔던 그 지긋지긋한 안경을 이제는 홀가분하게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래도수술 전과 반대로 이제는 돋보기를 써야 하는 불편을 능히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도 행복하기만 하다. 아내의 생일선물로 성형수술을 해주고 싶었는데,오히려 내게 이런 행운이 돌아올 줄이야. 모처럼 마련했던 아내의 성형수술비는 아내와 나의 백내장 수술비로 모두 사라져 버렸기에아내의 생일복마저 뺏어간 느낌이 들어 좀처럼 미안스러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년 봄 결혼기념일에 미루어진 아내의 성형수술을 다시 해주기로 다짐하였다.

 

이제는 인생삼막(人生三幕)이다. 안경을 전혀 쓰지 않았던 성장기 학창시절까지를 인생 1막이라 한다면, 안경을 착용한 후 군생활을 접고 결혼 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가족들의 생계를 영위해야만 했던 삶의 전성기는 인생 2막이다. 이제 정년퇴직으로 노쇠기에 접어든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백내장 수술 이후 안경을 벗고 혜안(慧眼)으로 돌아오니 살맛이 나서 다시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된다.

 

아내와 난 백내장 수술을 끝내고 나서 서로 마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지금껏 나를 위해 눈에 좋다는 루테인, 지아잔틴 알약을 꾸준히 복용시키며 눈에 이롭다는 음식과 더불어 마리골드를 말리고 볶아 꽃차를 달여주던 아내의 정성이 내 맘 가득 새롭게 맺혀 든다.

 

* 심종은 시인(, 공무원문인협회 인천·경기 지회장)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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