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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석 컬럼] 정치의 사법화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2/11/29 [14:25]

[박현석 컬럼] 정치의 사법화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사앤피플 | 입력 : 2022/11/29 [14:25]

▲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시사앤피플] 치열했던 대선이 박빙의 승부로 끝나면서 선거 이후에도 양대 정당의 극한 대립이 이어질 수 있다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원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정책과 관련된 예산안을 삭감했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모색해야 하지만, 협상 전략도 없이 야당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비판만 이어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여당과 야당의 반목과 대립의 한가운데에 검찰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이 수사 및 재판 등 사법 절차로 이어지는 정치의 사법화 문제는 이미 오래된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에서 ‘검찰개혁’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문 대통령이 재직한 5년 동안 공수처가 신설되었고,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 문제는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수사에 대해 민주당은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검찰 수사를 기획표적수사를 통한 정치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위법 사항에 대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당의 대립과 갈등이 사정기관의 수사를 둘러싸고 확대 강화되면서 산적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정국은 얼어붙었다.

  

정치인들이 모범을 보여 법률을 준수한다면 애초에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 우려할 일도 없을 터이고, 누구라도 법을 어기면 적법 절차를 통해 법적 처분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이 정치를 지배하게 되면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대통령과 국회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과 에너지 위기, 미국의 금리인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 국내 경기의 침체 등 국내외적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 비전과 전략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토론하는 데 역량을 모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관심은 온통 정치인 수사 문제에 쏠려있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정치생명이 걸려 있다. 여당은 야당의 상황에 따라 정국이 요동치게 되니 자연스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중립을 보여주기 위해 여당에서도 일부가 수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는 일이다. 결국 정치의 사법화는 정국을 냉각시키고, 시급하고 중요한 정치현안들을 뒷전으로 미루게 만들어 통치의 질을 낮추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표적수사라는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야당은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한다고 믿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였지만 지금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신뢰받는 사정기관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여당에도, 야당에도, 권력자에게도, 시민에게도 동일한 원칙에 따라 수사와 기소를 진행한다면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야당을 수사하면 여당도 수사하는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성은 충분하지 않다. 사정기관이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동일하게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여도 중립성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이 엘리트 정치인들에게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고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시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여야 정치인과 시민들 모두에게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는 사정기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신뢰받는 사정기관을 만들고 정치의 사법화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한 번쯤 생각을 가다듬어 볼 때이다.

(출처:국회미래연구원 미래생각 11월 22일자)

 

* 박현석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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