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늙음의 반대말이 아니라 축제이며 막막함이고 가슴이 머리 위에 얹힌 무모함이고 낭비할 시간의 넉넉함이다.
한기정 시인의 시집 『시작입니다』에 실린 시 「젊음」의 전문이다. 대책이 없는 무모한 시절의 역동적인 멋을 선망하듯 풀이한 시라서 일견 지적인 정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보다 더 젊음을 명쾌하게 정의한 글이 있는가. 산문이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는 등의 설명이 가중되어 식상하고 지루한 느낌의 문장이 된다.
그러나 한기정 시인은 시의 대상을 압축하여 젊음에 대한 아쉬움과 부러움을 가중시킨다. 그러면서도 넉넉함의 여유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위 시는 ‘젊음’이라는 주어에 다섯 종류의 서술어가 나열된 하나의 병렬문장이다. 그 서술어를 낱낱이 하나의 문장으로 풀어내면 빨랫줄에 빨래를 널어놓은 듯한 무미건조한 글이 된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연 설명하면 글은 맛없는 긴 문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유석은 “너 늙어봤냐”는 노래의 시작점에서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는 전제 아래 숱한 인생담을 늘어놓았다. 그 긴 노래 가사보다 이 짧은 시가 담아내는 인생의 담론이 휠씬 더 명쾌하고 맛깔스러운 것은 한기정 시인의 시적 능력이다.
교육학 박사로 평생 후학을 지도하며 살아온 시인으로 인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독자 여러분과 함께 감상해본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기옥 문화전문 기자
kangkk5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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