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피난민은 1,300만 명에 달하며, 이중 해외 피난민만도 6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2022년 7월 4일 스위스 루가노에서 서방 40개국(한국 참가)과 EU, OECD 등 국제기구가 참가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URC: Ukraine Recovery Conference)’가 열렸다.
우크라이나 총리는 재건 비용으로 7,5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하면서, 이중 3,000~5,000억 달러는 전 세계에서 동결된 러시아 정부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의 자산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에서, 피해 규모가 추정되는 대목이다.
양측의 전비 소요액도 엄청나다. 뉴스위크(조선일보 인용)에 따르면, 기간 중 총 3,100억 달러에 달해 1일 17억 달러(2조원 상당)가 전비가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러시아는 1일 9억 달러씩 총 1,600억 달러 소요. 우크라이나는 1일 3.3억 달러씩 총 600억 달러로 추정되었으며, 미국, 한국을 포함한 서방에서 900억 달러가 지원된 것으로 파악되어 총1,500억 달러에 달해, 러시아의 전비와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다.
전쟁이 수년간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나토 사무총장은 지적하고 있으며, 미 정부 내에서는 한국전쟁처럼 종전 없는 휴전이 이루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전쟁도 개전 7개월이 경과할 즈음 교착상태에 들어가면서, 휴전협상이 시작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의 특이점 중 하나는,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핵전쟁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 위협을 통해 개전 초기 서방의 직접 참전을 차단하는데 일조를 했을 뿐 아니라, 합병지역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가 공격할 경우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간주한다며 핵무기 사용을 불사한다는 협박을 가하고 있다. 1962년 쿠바 위기 이래, 강대국에 의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의 구체적 언급은 처음이다. 이에 고무된 북한과 중국도 핵 사용 가능성의 언급을 노골화하고 있다.
서방의 對러시아 제재와 러시아의 逆제재 : 경제적 상호의존이 무기화하는 시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즉시, 서방은 전방위적인 대러시아 제재에 들어갔으며, 악화된 국제여론과 함께 민간부문도 대거 脫러시아에 동참하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유럽국가 간의 전쟁인 관계로 제재는 즉각적으로 경제전쟁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서방에 대한 逆제재 대응은 ‘에너지 전쟁’으로 비화되었으며, 에너지 전쟁은 천연자원의 구매와 판매를 동결하는 ‘금융전쟁’으로 확산되었다. 실로 경제적 상호의존이 무기화하는 시대이다.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팬데믹과 세계적인 인플레의 공포 속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對러시아 제재는 이미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불법적 병합’으로 규정하면서시작되어 8년째 유지되던 중, 전쟁의 발발로 最强의 제재가 부가되었다. 제재의 효과에 대해서는 비판이 따르지만 대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반대급부적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으며,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단 제재는 시행되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파급효과에 대한 대비는 당연히 필요하다. 2014년 제재는 대체로 느슨한 수준에서 도입되었는데, 군사, 우주, 핵 분야 협력을 동결하고 금융(투자)부문 제재와 군수물자와 관련식품 수출금지 등의 낮은 수준으로 부과되었다. 특히, 의존도가 큰 에너지 부문에 대해서는 제재를 피해오다, 2019년에 와서야 미국은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에 대한 제재입법을 수립한 바 있다.
2022년 3월이래, 러시아 7대은행 SWIFT 결제망 배제, 제재 대상국의 장비, 기술 사용제품의 수출금지, 러시아 집권층에 대한 인적 제재 대상 확대, 22개 국방관련 러시아기관에 대한 제재,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제재가 도입되었다. 러시아 기업인에 대한 제재도 대폭 확대하였다. G-7은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석유 수입의 단계적 중단 혹은 금지를 합의하였다.
특히, 글로벌기업 등 서방의 민간부문에서 脫러시아, 거래중단과 사업 철수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져 제재에 동참하였다. 300여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했으며, 700여개 기업들은 일시적 사업 중단 또는 투자 철회를 하였다. 현재 글로벌기업 상위 200개사 중 중국, 일본, 프랑스 기업 47개사 만 잔류하고 있는데, 이들도 지분 매각이나 추가 투자 중단 등을 통해 제재 정책에 동참할 계획으로있다. 러시아는 이들에 대해국유화 정책으로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의 싱크탱크 발다이(Valdai)에 따르면, 7차례에 걸친 對러 제재를 통해 총 110개의 법적 기구와 1,229명의 개인에게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협상으로 가는 길 우크라이나전쟁은 단기적 국지전에서 장기적 국제적 대리전으로 전환되면서, 막대한 전쟁 피해와 경제난, 엄청난 전비 소요와 군사력의 상실 등으로 전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쌍방은 손실된 군의 재편성의 어려움과 군장비의 보충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1,00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긴 전선에서 교착생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결사 항전을 다짐하고 있지만, 협상의 가능성에 대해 서방에서 조심스럽게 언급되기 시작하고 있다. 러시아의 개전 목표 달성 여부, 전쟁의 승패 여부에 따라 협상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협상의 길은 세 가지의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먼저, 러시아의 우세 속에서 협상하는 경우이다. 사실상 러시아의 승리를 가정하는 것으로, 이는 2차 세계대전 직전 소련의 불법 침공으로 시작된 핀란드·소련 간의 ‘겨울 전쟁’이 모델이 될 수 있다. 침략국 소련의 상대적 우세 속에서 점령 지역을 할양받는 조건으로 종전을 한 것이다. 핀란드는 영토의 10%를 소련에 내어주면서, 안보적 보장에 합의하였다. 우크라이나전쟁도 침공의 명분이나, 전황, 10%에 달하는 점령지면에서 유사성이 많으며, 남부의 점령지까지 인정할 경우 20%에 달하는 영토를 내어주는 상황이 된다. 러시아가 해 줄 대가는 모호하다.
둘째로는, 양측의 전쟁 피로도가 고조된 상황에서 서방 지원국들의 초조감이 가중될 경우, 교착상태의 고착화와 함께 현 전선에서 종전이 아닌 ‘휴전’을 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후일 전쟁재발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전쟁은 초기부터 협상에 관한 한, ‘한국전쟁’의 ‘휴전모델’이 계속 언급되었다. 한국전쟁도 교착상태에 들어간 7개월 전후부터 장기간의 협상을을 거쳐 휴전협정이 성사되었다.
셋째로, 소련의 패배를 상징하는 아프카니스탄 침공 전쟁처럼, 러시아에게 명분 있는 퇴각 기회를 제공하는 협상 형태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는 많은 러시아의 양보가 뒤따라야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가 입은 막대한 전쟁 피해에 대한 문제와, 러시아에 가해진 전방위적 제재에 대한 처리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결사 항전과 크림반도를 포함한 失地 탈환을 주장하는 우크라이나와 현 전선의 고착화와 러시아화를 희망하는 러시아 간의 협상은 지난한 과제가 될 것이며, 돌파구가 열리기 위해서는 쌍방간의 마지막 대공세가 치루어져야만 가능할 것이다. 다만,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재효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부이사장
* 이 기고는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8월 29일자 특별기고로써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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