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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컬럼] 세계화된 지구촌에서의 세계경제포럼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1/25 [21:45]

[채수찬 컬럼] 세계화된 지구촌에서의 세계경제포럼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1/25 [21:45]

▲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시사앤피플] 오랫만에 대면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 일명 다보스포럼의 여러 세션들을 며칠동안 비대면으로 지켜보았다. 이전과 비교해서 다음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첫째, 서유럽 지역포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둘째, 패널과 연설에 흥미로운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았고, 참가인사들의 면면도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내건 슬로건은 '조각난 세계에서의 협력'이었지만 실제 내용은 '조각난 협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의 세계경제포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데는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가까운 요인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 사태로 인해 참여가 제한된 나라들이 있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논의가 쏠렸다.

 

다른 하나는 장기적인 요인으로서 세계화의 감속이다. 다보스포럼은 서방진영이 추진한 세계화의 도구에 불과했던 것인가. 세계화의 감속과 함께 다보스포럼도 눈에 띠게 그 입지와 역할이 축소되는 느낌

이 든다.

 

다보스포럼은 기업인들과 경제정책결정자들만 모이는 단순한 경제포럼이 아니고, 이질적인 나라들, 심지

어는 서로 적대하는 나라 사람들이 만나 대화하고 협상하는 국제정치 무대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지금 전쟁 중이지만 적대세력들 간에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이는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은 대화국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감속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세계화가 이미 많이 진척되어서 그동안과 같은 속도로 지속될 수 없다는 불가피한 측면이다. 둘째는, 세계화를 추진한 것이 미국과 서유럽 등 서방국가들인데, 세계화의 혜택과 함께 그 부작용이 다른 지역에만 미치는 동안은 진행될 수 있었지만, 서방국가들에서 그 부작용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시들하게 된 측면이다.

 

한국은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나라 중 하나다. 무역으로 인한 성장,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제품들 때문에 가능했던 기술혁신과 산업발전, 역시 세계시장을 상대로 꽃을 피운 문화콘텐츠, 모두 지난 몇십년간 세계화를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보면 한국대통령이 올해 다보스에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감속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한 수혜국의 응원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해서 활동한 사람들은 세계인의 공통적 관심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의 안보, 한국경제 등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진일보한 모습이 보였다. 윤석렬 대통령은 특별연설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애로에 촛점을 맞춰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한국의 역할을 얘기하여, 이제 선진국이 된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얘기를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요국가 정상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이번 세계경제포럼에 한국대통령이 비즈니스 리더들과 함께 참가한 것은 주최측으로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었을 것이다. 클라우스 쉬밥 포럼회장은 한국 대통령을 소개하는 인사말에서 자신의 '제4차산업혁명' 책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필자가 다보스포럼에 직접 갔던 것은 오래전이다. 203년에는 대통령당선자 특사단의 일원으로 갔고, 205년에는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갔다. 주로 국제관계, 특히 북핵위기 해결방안 모색이 주임무였지만,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격식없는 분위기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정치인, 경제인, 문화인들을 만나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당시 미국 상원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현 미국대통령을 만나서 외교비사에 해당하는 허심탄회한 얘기들을 들으며 대화한 것도 다보스에서였다. 이제 서로 교류하고 상대하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된 지구촌의 가장 큰 문제는 통합된 정치구조(governance structure)가 잘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제연합, 곧 유엔이 있으나 강대국들의 이해가 서로 갈리는 문제에 부딪치면 작동되지 않는다. 특히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 때문에 거의 마비되어 있다. 물론 많은 유엔산하기구들이 나름대로 일들을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민간기구들의 보완적 기능이 바람직하다. 지구촌을 하나로 묶기 위해 민간기구의 역할이 필요한데도 다보스포럼이 쇠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은 세계화를 추진하는 도구가 필요한 게 아니고 세계화된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물론 다보스포럼측도 문제를 알고 있다. 최근 포럼은 기후변화, 불평등, 기술혁신 등의 주제에 대한 해결책 모색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번 포럼을 둘러보니, 이러한 주제들은 구호에 불과하고, 서유럽 사람들의 현안을 그들의 관점에서 논의하는 게 포럼의 목적처럼 보였다. 다보스포럼이 자체혁신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자체혁신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안이 필요할지 모른다.

 

* 채수찬 • 경제학자 • 카이스트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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