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 말아 간직한 어머니의 자수 한 폭
매화는 여전한데 어머니는 안개 속이다
[시작노트] 오래 전, 주택의 다락을 치우던 날, 어머니의 추억보따리를 발견하였다. 궁금하여 풀어보니 혼수 준비로 자수를 놓다가 다 놓지 못하고 그냥 들고 시집을 온 듯한 물건이다.
열아홉에 결혼을 하리라 생각하지도 못하다가 시대적 상황이 혼인을 하지 않으면 불편하던 때라 급하게 서둘러 신부가 되었다.
봉은사에 홍매 보러간 날, 매화나무 뒤로 임시 찻집이 서 있고 그 벽이 마치 수틀의 하얀 천으로 느껴졌다. 어머니의 고향이 매화마을이라 자연스럽게 연상됐으니 80년이 지나서야 딸의 시를 빌려 어머니의 수가 완성되었다.
* 오정순 수필가/시인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사앤피플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