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앤피플] ㅇ 러시아, 서방과의 에너지 전쟁으로 경제적 ‘자살의 길’로 가고 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제적 측면, 특히 에너지(가스와 석유) 정책에서 치명적인 오판을 낳았다. 유럽이 대러시아 에너지 과도 의존으로 완전히 러시아의 통제하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제가, 전쟁으로 인해 역설적인 상황으로 바뀌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對유럽 가스 공급상의 逆제재 등을 통해 가스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0배가 폭등하는 고통을 주고 있으며, ‘에너지 분열’을 통한 전략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선 듯하지만, 모든 일에는 반작용이 있기 마련. 전쟁이 장기화와 함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유럽의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성에 양면성이 있음을 간과했다.
유럽경제가 러시아산 가스·석유에 과다의존적이지만, 이는 동시에 러시아도 유럽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한 셈이라는 점이다.
먼저, 전쟁으로 유럽과 적대 관계가 되었고, 에너지 무기화 과정에서 유럽 시장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는 러시아로서는 중국 등 아시아에로의 시장을 충분히 확장할 때까지 유럽 시장을 유지했어야 하지만, 전쟁으로 실패하면서 시차상의 기회조차 날려버렸다. 즉, 중국을 대체 시장으로 확보하기도 전에 거대한 유럽 시장을 잃음으로써 미래가 없게 되었다. 반면, 유럽은 대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확실하게 탈피한다는 전략 수립과 함께, 대체 공급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는 불가역적이다.
▲ 러시아의 유럽, 아시아 파이프라인 망
한편, 러시아가 의존해 온 전통의 파이프라인 공급방식도 신기술에 기반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방식에 비해 기술적 차이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불리점도 안고 있다. 기존의 유럽향 거대 파이프라인 망은 향후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다음으로, 대체 시장 중국과의 에너지 공급가격 협상력에서도 현저히 불리해 진점이다. 중국을 겨냥한 ‘시베리아-2’ 가스 파이프라인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나 지리적 불리로 난항을 겪고 있으며, 무엇보다 중국시장이 결코 유럽 시장을 대체할 만큼 충분치 않다. 러시아가 오히려 중국 시장에 과다 의존해야 할 처지에 따라, 수출 가격협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졌다.
이미 서방과 고립된 상황에서 악명높은 중국과 인도와의 가격협상에서 완전히 전략적 황폐를 맞았다고 내부에서 한탄이 나오는 실정. 실제, 대중국, 인도 수출 원유가격의 경우, 배럴당 기준가+1.5$ 프리미엄 체계에서, 배럴당 오히려 25.8$를 낮춰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침공과 에너지 무기화 계획은 처음부터 차질을 야기 하였고, 특히, 러시아가 결코 신뢰할 만한 에너지 공급자가 아니라는 점을 세계가 인지하게 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전쟁에서 러시아가 주장하는 평화협정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려던 계획도 어긋났으며, 오직 문제 해결을 위한 선택은 푸틴의 제거에 달렸다는 인식을 NATO에 심어주는 오류를 범했다.
자원 대국 러시아 경제가 치루는 값비싼 대가를 두고, ‘러시아의 자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ㅇ 러시아, 중국의 경제적 ‘속국(vassal)’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러시아는 서방과는 단절되고 국제적인 고립과 제재 속에서 중국 의존도는 극대화되어, 중국에의 지정학적 ‘속국’ 신세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푸틴의 러시아는 생존을 위해 중국에 더 의존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비대칭성이 두드러질 것이다.
중국의 역동적인 경제, 기술력과 글로벌 정치·경제에서 러시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 오던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게 더 큰 무역 파트너가 될 것이며, 러시아 소비자는 더욱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고, 위엔화 영향권으로 편입될 것이다.
러시아는 자원 부국이지만 기술과 투자가 필요하고, 중국은 기술과 투자를 제공하지만 자원이 필요해 보완적, 상호의존적 관계가 더욱 심화 되겠지만, ‘경제적 상호의존을 무기화’하는 시대인 만큼, 언제든지 상호간의 리스크는 안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 입장을 더 지지해야 할 것이며, 인도, 베트남, 중앙아시아 등지에서의 중국 입지는 더욱 커질 것이다. 동시에 중국에게 러시아는 對美경쟁 관계에서 엄청난 자산으로 작동할 것이다.
유라시아의 중국과 러시아는 막강한 권위주의 국가로서 짝을 이루며 국제사회의 질서 변화에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지만, 이전의 경쟁과 협력관계에서 더 이상의 대등한 관계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결국에 러시아는 중국의 ‘한 수 아래 동반자(Junior Partner)’가 될 공산이 크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 될 것이다.
ㅇ 동북아의 지정학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서방과의 단절을 대처하기 위한 러시아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은 불가피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야기된 일본과의 갈등 관계는 깊어질 것이며, 중국의 과도한 팽창은 극동 러시아에서의 러시아의 해묵은 우려를 더욱 깊게 할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중국의 대만 정책은 크게 고무될 것이며, 예견되는 대만침공에 대해 러시아는 간여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지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북·중·러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축’은 더욱 강고해질 것이다.
러시아의 대북정책에서 국제적 제재를 본격적으로 회피할 가능성이 커지며, 에너지·식량의 과도한 대중국 의존도를 부담스러워하는 북한에게 러시아의 지원은 확대될 것이다.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은 높아질 것이며, 대중 의존도 완화를 원하는 북한과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것이다. 러시아의 對한국 관계는 30년간 탄탄히 구축된 ‘지경학적 우호 관계’를 최대한 유지할 공산이 크며, 중국과 일본에 대한 견제의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급변하는 동북아의 지정학에 대비해야 할 우리는 우크라이나전쟁 후 우리의 對러시아 포지션 설정에 신중을 기하면서, 북한을 변화시킬 파트너로서 중국을 대체할 러시아의 활용 필요성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시기, 지정학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러시아에게 북·중·러 접경지 두만강 유역의 하산지역에서, 남·북·러 간의 ‘초국경 협력’을 촉진할 돌파구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