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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애의 시 감상] ‘나’ 혹은 ‘너’ ·

박제(剝製)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2/19 [13:03]

[이현애의 시 감상] ‘나’ 혹은 ‘너’ ·

박제(剝製)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2/19 [13:03]

왜 그가 떠올랐는지, 왜 되살아 오르며 곰팡이 속에서 팔 걸어오는지, 이마 위에 둥그렇게 앉아 못마땅하다는 듯 잔뜩 일그러진 모습이다 한 순간 속에 가시로 박혀있는 그 빼어낼 무게 없었는지,

 

멈춘 숨 깊이 들어앉아 꾸덕한 냄새 흘러나오는데 짐작한 꼬투리 정도 알아낼 수 없어 더욱 낯설다 사진틀에 남아있는 그들과 같아 보이는 그 찾아보기 쉽지 않고, 그 안에 수많은 입술이 가득 차 있었을 테고, 우리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털 달린 모자 쓴 채 잘 뻗은 다리로 제 몫의 빙점 찾는다. 낡은 책상다리와 의자다리 사이에 가장 단단한 눈 속에 담겨 살고 있는 그 안팎, 마지막 햇빛이 쏟아지던 즈음에서 무슨 이름 가지고 싶었을까

 

가슴 으르렁거릴 수도, 먼저 웃어주는 일 없이 오래된 옛날과 늦은 저녁 지나온 정방형 틀만 믿는다 밤마다 소문에 시달려 온, 굳은 목구멍 깊은 데에 눌러놓았던 딸국질, 더부룩한 속이 자꾸 끓었다

 

너무 쉽게 얘기하는 담 너머가 아닌 어딘가에 있던 초록 밭 닮고 싶어 하는, 그가 되어간다 그를 처음 만난 이후로 그와 닮은 그들, 버려둘 수 없었으므로, 우리 또한 아무도 아니기에

 

왜 그가 떠올랐는지, 왜 되살아 오르며 곰팡이 속에서 팔 걸어오는지, 이마 위에 둥그렇게 앉아 못마땅하다는 듯 잔뜩 일그러진 모습이다 한 순간 속에 가시로 박혀있는 그 빼어낼 무게 없었는지

 

 

[시작노트] 때론 모래밭에, 때론 진흙 구덩이에 빠트리고 혹은 바람(,)결에 새겨 놓았던 족적을 탐색해 보기 위해 되돌아서서 될수록 다른 시선(視線)으로 묵은 먼지를 털어내 본다.

 

혹시 이 시를 통해 나와 마주하는 분들은 아둔한 아집과 허상, 망설임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통해 끝까지 남아 나를 통제할 아상을 부수고, 이도 내가 시를 향해 내딛는 느린 행보중의 한걸음이라는 믿음으로, 가슴이 아린 채로 또 한 발짝 내딛는 계기로 삼는다.

▲ 이현애 시인 

* 이현애 시인 (시집가끔 길을 잃어버린다』 등 다수, 3회 한국시인상 수상 등)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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