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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인 컬럼] 보편적 교통복지는 기본적 인권이다

토지세와 환경보호세로 무상교통의 상상력을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4/08 [09:03]

[도영인 컬럼] 보편적 교통복지는 기본적 인권이다

토지세와 환경보호세로 무상교통의 상상력을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4/08 [09:03]

▲ 도영인 전 우송대 교수    

 [시사앤피플] 우리는 보통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이나 기회가 제한된 사람들을 교통약자라고 알고 있다. 신체장애로 인해 다른 사람이나 특수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거나 버스나 전철 등 공공 교통수단 활용이 제도적으로 불편한 경우에 교통약자로서 인지한다.

 

현재 일반인보다 훨씬 큰 불편함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은 교통편의를 확장하기 위한 인권투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교통복지 면에서 개선될 점도 무척 많지만, 노인과 임산부 등에게 주어진 특별 혜택으로서 전철과 버스에 교통약자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교통약자의 개념을 더 광범위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교통체증으로 목적지에 바로 못 다다르고 길에서 시간을 낭비한 경험을 누구나 해 보았지 않았는가? 아무리 성능 좋고 근사한 승용차를 타고도 이동에 필요한 시간보다 실제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보내야 한다면 교통 시스템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새로 번듯하게 포장된 아스팔트 위에서 벌어지는 정체 상황으로 인해 낭비되는 건 개인 시간뿐만이 아니다. 비용혜택 (cost-benefit) 분석관점에서 쓸데없이 차에 쓰이는 추가 연료와 그로 인해 생기는 공기 오염, 차 안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영향도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시간과 연료 낭비 그리고 환경문제와 연결하지 않더라도 도시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편한 사회심리적 압박감은 매우 크다고 본다.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하늘길로 빠르게 다니는 첨단 이동수단이 대거 출현할 때까지 자동차는 길 위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의 기동력을 대신하는 땅 위의 이동수단일 뿐이다.

 

기막힌 일은 사람이 걸어야 할 인도에 버젓이 차가 주차되어 있다거나 차도를 건널 때 성급한 운전자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는 등 사람보다 차가 우위를 차지하는 행태이다.

 

자동차나 기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은 현대생활에 필수적인 신속한 기동성과 함께 독립된 생활 중심의 개인주의 삶의 패턴을 부추기고 신분 상승을 가시화하는 사회적 효과까지 발휘한다. 미국의 경우 80년대의 신자본주의 경제정책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일으켰고 그 틈에 더 큰 부를 누리게 된 상류층에서 최고급 개인 비행기가 일반 경비행기보다 훨씬 더 많이 팔렸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비교적 값싼 소형 비행기 대신 훨씬 더 호화로운 개인 비행기를 선호한 졸부들이 빈부격차를 상징적으로 키운 것이다. 교통수단은 편리함과 경제적 효율성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에 눈에 띄게 영향을 미친다. 교통문제와 관련된 크고 작은 정책 결정은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통합 면에서 걸림돌이 되거나, 그와 반대로 보편적 복지효과를 확장하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하는 공공 자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마땅히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표적 상징물로서 자동차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앞으로도 다양하게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에 따르는 공적 책임이 있는 소비자로서 개인의 경제 능력이나 선호도와 무관하게 누구나 무상으로 누려야 할 자원이 있다.

 

물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고 돈 주고 사 먹는 세상이 된 것은 산업혁명이 가져온 현대사회의 모습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물은 자연의 선물이 아닌 상품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대사회에 몸담고 사는 상황에서 적어도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은 건강한 삶을 위해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고 살아야 할 삶의 기본조건으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돈 가진 사람들만 깨끗한 물을 마시고 좋은 공기를 숨 쉬며 사는 불평등사회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기본 가치관부터 바꿔야 하지 않나?

 

산업사회가 당연시하는 소수 자본가의 기득권이 발생시키는 불평한 삶의 패턴을 되돌아보아야 한다면 물과 공기뿐이 아니라 토지의 소유권에 관해 깊이 통찰해 보아야 한다. 일찍이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백인의 침공으로 생존권과 물적 자연자원을 무참히 침탈당했을 때 그들의 전통가치관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점 중 하나가 어떻게 지구 어머니인 땅을 개인 소유로 차지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공기나 물과 함께 토지를 개인 자산이 아닌 공공 자산으로 보는 경제체제가 현대사회에서도 발견된다. 가까운 예로 북한과 대만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토지세를 만들어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 제도가 건재하기 때문에 오늘날 대만의 경제가 성공적으로 유지된다는 주장도 있다. 대만 정부는 토지세와 건물세를 따로 분류하여 지방세를 부과하고 있다.

 

건물에 해당하는 부동산 소유권과 달리 그 부동산이 자리 잡은 토지는 물이나 공기처럼 공적 자산으로 보는 개념이다. 대만에서는 토지의 유형에 따라 과세 방법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유형별로 지방세가 적용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만약 진보적인 사회비전을 실천하는 정부가 새로이 토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면 부동산투기와 관련된 고질적인 불평등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진보적인 정책의 하나로서 토지세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보편적인 교통복지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교통약자 없이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이동권과 삶의 질이 보장된 세상을 꿈꾸고 싶은 독자들은 계속 이 글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자유로운 통행권

 

선별적 복지제도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교통 바우처를 제공한다. 실업 상태에서 새 직장을 찾아서 취업 인터뷰 등 사회활동에 필요한 교통비가 없어 고통을 받는 극빈자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여건이 열악한 산업단지나 중소기업에서 취업하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동행바우처’라는 것을 실행하는데 한 달에 5 만원 교통비를 지급한다. 이 미미한 교통비 지급을 위해 자격조건을 갖춘 청년수혜자를 선별하는데 드는 행정비용이 오히려 더 들어갈 것 같다. 경기도에서 지역 청소년에게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6만원씩 지급하는 선별적 프로그램은 혜택은 그 액수가 너무 적어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설사 보편적 복지혜택이 모두에게 주어져도 선별적 복지서비스가 꼭 필요한 상황이 있다. 소유하는 자가용의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나 독립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나 친척 또는 지인에게 의지하여 교통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특히 신체가 부자유한 경우나 다른 이유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사회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선별적인 복지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장애인, 병자, 노인, 빈곤 구직자 등 특수 상황에 필요한 교통복지서비스 이외에 누구나 기본적으로 접근 가능한 공공 교통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안전한 지역 주거환경과 편리한 주택 조건보다도 오히려 더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는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교통환경이다. 자가용 비행기, 개인 요트, 고급 승용차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교통비를 걱정할 필요 없이 최소한의 교통수단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몸을 움직여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 만약 교통비가 없어 이동할 자유가 제한된다면 휠체어나 자가용으로 이동이 가능한 경우와 비교할 때 교통약자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이동권은 선별적으로 인지되는 교통약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으로서 인정되어야 한다.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교통서비스에 들어가는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으로서 필자는 토지 주인에게만 적용되는 토지세를 새로이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정부에서 모든 시민에게 제공하는 교통서비스에 필요한 재정마련을 위해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항공기와 선박에 부과되는 환경보호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재산이 많은 기득권층에서 반발하지 않으려면 보편복지 개념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무상급식의 도입으로 인해 예전보다 대중에게 복지제도가 조금 더 익숙해졌다. 무상급식제도에 이어 아동수당, 노인 기초연금, 보육과 의무교육 등이 시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교통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 인권에 관한 혁신적인 의식의 전환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스웨덴에서 실행하고 있는 무료대학등록금 제도처럼 한국에서 무료 공공 교통권을 제공하려면 우선 대중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만약 한국에서 무료 교통서비스가 먼저 시행된다면 교육열이 높은 우리 사회에서 무료로 고등교육 기회를 확장하는 새로운 정책도입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자유로운 이동권과 지속가능한 교통정책 

 

보통 교통약자로 인식되지 않는 일반인조차 가정과 학교, 일터 등 중요한 생활권으로 안전하고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면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신체적 불편함이 없는 경우에도, 교통비 부담이 걸림돌이 되어 일상적인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인 것이다. 

 

필자는 외국의 도시를 여행할 때 일부러 차를 타지 않고 걷는 습관이 있는데 그 도시 분위기를 체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대중교통이 편리하게 발달하지 않은 미국의 대도시에서 주변에 걷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 옆으로 쌩쌩 달리는 차의 행렬을 보며 소외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

 

보행자를 보기가 매우 어려운 미국 대도시 외곽에서 타고 가는 사람과 걸어서 가는 사람으로 상징되는 불평등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남녀 불평등, 지역 간 차이, 강대국과 빈곤국 사이 세력싸움 등 여러 유형의 불평등이 있지만, 도시 생활의 경우에 불평등한 인간관계는 개인 교통수단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모습에서 극렬하게 나타난다.

 

한국이나 미국과 같이 인구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에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인권보장과 관련되는 삶의 질을 일상생활에서의 이동권과 분리해서 논할 수 없다. 도시뿐이 아니라 우리나라 지방에 가면 좁은 골목을 꽉 채운 자가용들로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도시에 산다면 동네 길을 걸으면서 안전감이나 평안한 기분을 못 느끼고 자동차가 차지한 도보에서 밀려나 사람이 오히려 찻길로 걸어야 하는 경우를 체험한 적도 많을 것이다. 신생 도시에서도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차공간을 충분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웃지 못할 현상이다. 사람보다 자동차 먼저인 세상에서는 신체적 안전뿐 아니라 정신적 평안함과 사회 심리적 안정감이 희생되기 마련이다.

 

자기가 사는 지역공동체에서 안전한 도보를 사용하여 산책하거나 쇼핑할 수 없다면 일상에서 삶의 질이 우선시되지 않음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사회일원이 느끼는 삶의 질과 만족도와 관련하여 포괄적인 교통정책을 이동권과 함께 새롭게 통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은 이제 자본주의 사회의 편리함에 익숙하고 명실공히 선진국민 대접을 받는 세계시민이다. 한강의 기적과 함께 우리가 만들어 낸 도시 생활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통찰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도 플라스틱 등 유해물질 생산에 앞장서 온 한국인들이 누리는 소비 중심 삶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문제해결에 관한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

 

2020년에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전까지 인류의 절반 이상이, 그리고 개발된 국가의 경우에는 90% 이상의 인구가 도시에서 살아왔다는 통계가 있다. 최근에 인터넷 플랫폼에 기반한 대안 대학교인 Ubiquity University가 주도해 온 ‘Humanity Rising’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도시의 개념을 색다르게 논의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촉발된 ‘Humanity Rising 이라는 온라인 웨비나에 필자도 가끔 참여하는데 삶의 대전환 운동에 관심이 있는 글로벌 시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최근에 필자가 참여한 Ubiquity University의 웨비나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달라진 현대사회 삶의 질과 관련하여, 이제 도시를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세계, 문화, 인간행동과 구조를 갖춘 총체적인 인간 시스템(Human System)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펼쳐졌다.

 

이미 2021년 1 월에 ’통합적 도시(The Integral City)’라는 개념이 논의되었는데 이 통합적 도시라는 말은 개인, 집단, 도시, 지역, 그리고 지구 행성 전체로 이어지는 살아있는 생태적 인간 시스템을 의미한다.

 

지금 세계시민은 환경위기뿐이 아니라 자본주의 금융경제의 쇠퇴와 최첨단 파괴력을 과시하는 전쟁 위기까지 가세한 복합적인 위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제 소비 중심 삶의 방식과 개인주의적인 기존 사고의 틀을 급격히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류문명이 처한 총체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물질적 경제발전보다 인권과 생명보호를 중시하는 통합적 사고방식으로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꿈꾸고 공동체 삶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탈물질주의 의식으로의 변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러한 인류의식의 대 전환은 인간이 사는 도시를 단순히 물질로 이루어진 현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요소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생명 시스템으로 볼 때 가능하다. 분리된 인간의식이 점진적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인류 공동체는 통합적으로 하나의 연계망을 이루는 생명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인류 문명사는 새로운 변혁기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현대사회 속 삶의 패턴이 어떠한 변혁을 경험하게 될까? 깨어난 세계시민이 거주하는 미래사회를 상상해 보자면, 그런 사회의 인본주의적인 교통정책은 무엇보다 먼저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이동권을 보편적 복지형태로 보장할 것이다. 보편적 교통복지제도의 장점은 많다. 선별적인 복지혜택의 지급에 따르는 행정비용을 불필요하게 하려면 자격 기준을 차별없이 확장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지하철 요금면제제도는 노인 인구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보편적인 복지제도로서 다른 인구층에 확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어르신에게만 해당하는 무료 교통카드 제도를 확산하려면 재정적인 부담이 걸림돌이 된다. 재정문제부터 걱정하기 전에 전체 사회에 미치는 긍정 효과를 생각해 보자. 먼저 교통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최저 사회 안전망이 확장되어 국민 모두의 삶에 도움이 된다. 자유로운 이동으로 인해 경제활동 역량을 끌어올림으로써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제활동만이 아니라 평생교육과 같은 모든 영역에서 사회 참여도를 높임으로써 보다 인간다운 삶의 기회가 확장될 것이다.   

 

보편적 복지로서의 무료교통서비스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소외감을 줄이고 평등한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공공 교통수단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환경은 노인뿐 아니라 모든 인구층에 커다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노인층과 젊은이층 사이에 괴리감을 없애고 나이와 관계없이 시민 모두 교통비 혜택을 받게 되고 더 나아가 중산층과 고소득층도 세금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므로 집단심리 면에서 사회통합 효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동체 연대의식이 고양되고 계층 간 사회적 분열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경제 사정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공공 교통을 사용하면 사회통합 효과뿐이 아니라 공동체 일원으로서 개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감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무엇이 스마트한 교통정책인가? 

 

2020년 말에 인류가 경험한 코로나 펜데믹으로부터 배운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도시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정책 결정과 관련있다는 점이다. 복지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일은 인류문명 발달의 전개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무엇보다도 정신적 인간발달의 문제와 관련된다. 일상생활의 행동반경에 영향을 미치고 공동체 삶의 질을 결정하는 보편적인 복지정책은 물질적 합리성과 정신적 현명함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내는 과제이다. 

 

전 세계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 교통정책은 매우 중요한 사회 간접자본 부문에 속한다. 미래도시의 교통정책 설계에 있어서 전체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기술적 측면이 삶의 다른 영역과 의미있게 연계하는 가능성을 넓혀야 한다. 공공복지 관점에서 친환경을 추구하고 인간이 쓰는 에너지와 시간의 낭비를 예방할 뿐 아니라 교통복지와 관련하여 토지이용과 차량 사용문제를 공동선을 증가시키는 통합사회적인 전략으로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개인차량 대신에 대중교통 이용을 최대화하는 방법으로서 통행비용문제는 시민 만족도 지표와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공기, 물, 토지에 대한 사용권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이동권이 기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 말, 마차, 배 등 이동수단은 소유권이 있거나 그 비용을 감당하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었고 가난한 일반 대중은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전통사회와 달리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에서 통신기술과 함께 교통수단은 누구나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 자원이다. 인공지능의 영향력 아래 신속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공공 교통수단은 일반 대중이 필요로 하는 보편적 삶의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필자가 미국에 살면서 경험한 부자 나라의 모순은 많다. 그중 하나는 풍요 속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나는 결핍 현상이다. 대지면적이 넓은 관계로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미국에서 빈곤층이 식료품을 사기 위해 택시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모순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은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가 비교적 잘 발달해 있어서 가히 대중교통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노인층뿐만이 아니라 시민 모두 교통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좀 더 만족할만한 삶의 기회를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는 이동권을 보장할 때가 되지 않았나?

 

누구에게나 공기와 물이 필요한 것처럼, 공공 교통수단의 무료사용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보다 나은 삶의 기회를 확장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공적 자원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토지를 소유하는 시민에게 토지세를 새로 부담하여 교통비의 공적 부담을 제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개혁은 우리 사회가 좀 더 평등한 사회로 진보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공공복지로서의 혁신적인 교통정책을 추구하는 논의에서 삶의 만족도, 행복지수, 삶의 질 등 개념이 단순한 도시계획이나 경제성장보다 훨씬 더 중요한 측정지수로 쓰여야 하겠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스마트한 사람들이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일상의 안녕감을 스마트하게 즐기며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다른 한편 인간이 만들어 놓은 해로운 자연과 사회환경으로 인해 건강한 식생활조차 위협받고 있다. 친환경 위주의 소비문화로 삶의 패턴을 바꾸는 일에 모두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교통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동권과 같은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스마트한 삶을 살려면 공공복지로서의 보편적인 교통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출처 :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4월 3일자 컬럼)

 

* 도영인 전 우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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