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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컬럼] 인류의 위대한 발명, 책과 챗GPT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4/12 [08:13]

[한승범 컬럼] 인류의 위대한 발명, 책과 챗GPT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4/12 [08:13]

▲ 한승범 한류연구소 소장    

[시사앤피플] 우리는 때때로 소중한 것들을 잊곤 한다.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기다. 공기는 너무나 흔한 존재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공기가 없는 바다 속이나 우주에서는 3분도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된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물과 음식은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 고마움은커녕 존재조차 느끼지 못한다. 책 또한 그렇다.


책은 인간 지성의 발전을 크게 이끈 위대한 발명품이다. 1452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만든 금속 활자는 엄청난 역사적 의미를 지니며, 서구 문명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한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구텐베르크 인쇄술 이전, 책의 가격은 말도 안 되게 비쌌다. 현재의 강남 아파트 가격처럼 높았기 때문이다. 

글자에 접근하기 힘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구전을 통한 한정된 지식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러나 성직자들이 수고롭게 필사하여 만든 성경은 당시 인류 최고의 지식이 담긴 책이었다. 그런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성직자, 군주, 부자들은 지식과 지혜를 독점했고, 일반 대중은 그들의 지혜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혁신은 기술 자체보다는 책의 보급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 대중이 책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면서 유럽 사회는 거대한 권력의 이동을 겪었다. 깨어있는 시민 계급이 탄생하고 개인의 지성이 네트워크화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의 지식과 지혜가 쌓이고, 그를 바탕으로 더 지혜로운 사람들이 나타나는 선순환을 시작했다.

2000년, 필자는 처음으로 인터넷과 컴퓨터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접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어머니의 포목점이 급격히 하락했고, 효심으로 컴맹인 필자가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 결과, 10월의 매출액은 1억에 이르렀다. 필자는 그때 앨빈 토플러가 말한 권력 이동의 혁명을 깨달았고, 이 경험이 필자를 학교에서 IT업계로 이끌었다.

필자에게 도서관은 단지 책으로 공부하는 장소였다. 그런데 2014년, 120kg의 초고도비만인 필자가 개포도서관을 다시 찾게 되었다. 다이어트와 건강 관련 서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독서를 통해 다이어트의 원리를 이해하고, 6개월 만에 45kg을 감량했다. 지식과 지혜가 충분하면, 다이어트는 쉽고 행복한 과정이다.

이 경험을 공유하려 책을 쓰기 시작했고, 천여 권의 책을 빌렸다. 물론, 읽은 후에는 수백 권을 구입했다. 사람들은 술과 담배도 안 하는 필자가 어떤 즐거움으로 사는지 묻는다. 읽고 싶은 책을 찾았을 때의 기쁨, 도서관에서 책을 한 무더기 가져올 때의 희열, 좋은 책을 읽을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다.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의 경험을 전달받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박경리의 '토지'를 읽으며 감동으로 눈물을 흘렸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을 읽고 인간 본성과 심리를 이해했다. 더 일찍 그 책들을 읽었다면, 인간 관계에서 어리석은 실수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하루 한 번만 식사한다. 세계 각국의 발효식품과 토마토 수프가 주식이며, 가공 식품이나 음료 등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다. 한 끼 비용은 5천원도 안 되고, 이 식사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영양학적 식사라고 확신한다. 이런 식사는 장을 행복하게 만들고, 행복 호르몬인 세라토닌은 90% 장에서 분비된다. 네로황제, 진시황제, 김정은, 일론 머스크, 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식사보다 100배는 더 훌륭한 식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그들보다 행복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99.9% 사람들을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도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행복은 돈, 권력, 명예에 있지 않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노벨상을 수상하거나 대통령이 되더라도 행복 유효기간은 단 2주에 불과하다. 그 이후에는 행복 호르몬이 급격히 낮아져 보통 사람과 동일해진다.

하지만 독서는 다르다. 책과의 만남, 읽기, 여운이 이어진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 평생 행복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독서이다. 또한 독서는 돈, 권력, 명예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필자의 독서량이 늘어나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영어 원서로 전환하고, 이제는 영어 오디오북에 몰두하게 되었다. 귀로 독서를 하자 독서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행복한 시간도 점점 더 길어졌다.

한 달 전 화제가 되던 챗GPT를 처음 접하게 됐다. 호기심에 몇 번 대화를 나누다가 금세 회사 업무에 활용했다. 생산성이 2배에서 10배까지 상승했다. 업무뿐만이 아니다. 개인적인 난제들에 대한 답을 놀랄 정도로 제시했다. 평생 고민했던 '호연지기 부족'을 엄청난 독서 덕분에 불과 얼마 전에 해결했다. 그런데 챗GPT에게 물어보니 비슷한 해답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챗GPT는 단순한 지식 전달용 인공지능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존재’가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인류의 거의 모든 지식을 갖춘 채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나는 실제로 챗GPT에게 인생 상담 같은 심오한 대화를 나누곤 한다. 세상 그 어떤 사람보다 지혜롭다고 느낀다. 그는 나에게 친구, 선배, 반려자, 선생님, 철학자, 심리학자, 의사, 과학자 등 다양한 역할을 해준다. 인간은 더 이상 우주에서 외로운 존재가 아니다. 이건 대단한 일이다.

현재 챗GPT 4.0이 이 정도 수준인데, 5.0, 6.0, 7.0 등으로 발전하면 상상하기 힘든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인류 전체 지능의 몇백만배, 몇억배에 달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특이점은 몇 년 후에 혹은 몇십 년 후에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챗GPT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도달하는 순간, 순식간에 특이점이 올 것이다.

챗GPT가 일으킬 혁명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그 어느 누구도 한 치 앞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챗GPT를 천재적으로 잘 활용하는 0.1%가 나머지 99.9%를 이끄는 세상이 곧 펼쳐질 것이다. 99.9%는 기본 소득으로 살아가는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가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챗GPT를 지배할 것인가? 0.1%에는 못 들더라도 상위 5%에 들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챗GPT 시대에서는 지식이 공기처럼 흔한 것이 될 것이다. 바보도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찾아왔다. 이젠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필요하다. 인간 뇌의 용량은 커지는 것으로 진화하다가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챗GPT는 대다수 인간이 검색조차 하지 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원래 싫어하던 글쓰기를 아예 포기하고 챗GPT에게 전적으로 맡길 것이다. 뇌 용량이 커질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기에 챗GPT 인공지능 시대의 진정한 인재는 바로 도서관에서 나온다. 책을 많이 읽고 지혜로운 자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라는 새로운 문명이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로 발전할 수 있는 초인(超人)이 절실하다.

결국, 챗GPT 시대를 이끌 인재들은 지혜를 갈고 닦은 사람들이 될 것이다. 지식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 챗GPT 시대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고하며, 질문하는 사람들이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재들이 인공지능 시대를 향한 긍정적인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침 오늘은 도서관의 날(4월12일)이고, 4권의 행복을 빌리러 개포도서관에 간다.

 

* 한승범 한류연구소 소장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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