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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창 컬럼] 뜨거워진 한반도, 지방정부가 해야 할 SDGs-ESG

시사앤피플 | 기사입력 2023/04/14 [15:26]

[윤호창 컬럼] 뜨거워진 한반도, 지방정부가 해야 할 SDGs-ESG

시사앤피플 | 입력 : 2023/04/14 [15:26]

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임이사    

 [시사앤피플] 예년 같으면 벚꽃 축제가 한창일 4월 둘째주이지만, 올해 서울에서도 벚꽃이 떨어진 지 벌써 열흘 남짓 지났다. 이번 주에 맞춰 벚꽃축제를 준비했던 지자체들은 울상이다. 이미 녹음이 자리잡고 있는 마당에 무슨 벚꽃축제를 하겠는가! 지난 겨울에 꿀벌 80억 마리가 사라져 국내 양봉꿀벌의 15%가 없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이내에 사라진다’는 아이슈타인의 예언은 생태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금언이 됐다. 

 

많은 변화들이 기후변화와 연관이 깊은 조짐이지만, 기성 권력들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배출이 없는 ‘탄소중립화’를 이루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의 속도와 방향으로는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다가오는 기후변화에 무디기만 하다. 유럽선진국과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탄소국경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한달 뒤면 윤석열 정부 수립 1년이다. 이미 오래 전에 직면한 불평등, 불균형, 기후 위기 등에 대응은 고사하고 하는 일마다 분란과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더 이상의 기대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정부가 만들어지고, 처음부터 형성된 30%대의 바닥지지율이 1년 동안 계속 유지하는 것은 이 정부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는 더 이상 문제만 일으키지 말아 달라는 소박한 염원마저 생기고 있다. 

 

기후변화, 50년 전의 인식과 더딘 변화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50년 전부터 생겼다. 1960년대부터 천연자원의 고갈, 공해에 의한 환경오염, 개발도상국의 폭발적인 인구증가, 이념대립에 의한 군비증강 등 인류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을 하고 1970년에 ‘인류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1972년 로마클럽이 펴낸 『성장의 한계』라는 환경보고서였다. 같은 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최초의 환경회의라 할 수 있는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를 기념해 6월 5일을 ‘세계환경의 날’로 정했다. 

 

환경에 대한 지구적 대응이 본격화된 것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리우환경회의’라 할 수 있다. 178개국의 정부대표 8천명, 167개국의 민단단체 대표 1만명 등 사상 최대규모의 국제대회에서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리우선언’이라는 합의문을 만들고 ‘agenda(의제)21’이라는 구체적인 실천계획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주된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대해 어떻게 재정지원을 하고, 기술이전을 할 것인가 하는 실질적인 문제에 부딪치면서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세계는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면서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마련해 15년간 추진했다.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시행한 시혜적 활동이라는 비판적 평가가 많았고, UN은 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17개의 주제로 구성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2030년까지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MDGs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인의 이분법적 구분이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SDGs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보편적인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경이라는 주제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부가적인 요소 혹은 반대되는 요소가 아니라 다른 모든 목표들을 뒷받침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MDGs가 빈곤 퇴치라는 지엽적인 주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SDGs는 경제, 환경, 그리고 사회를 각각의 경쟁적인 축으로 보지 않고 우리 사회가 만들어가야 할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는 관점이다. 17개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모든 국가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2. 기아의 종식, 식량안보 확보, 영양상태 개선 및 지속가능농업 증진

3. 모든 사람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웰빙을 증진

4.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적이고 형평성 있는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교육 기회 증진

5. 성 평등 달성 및 여성 · 여아의 역량 강화

6. 모두를 위한 식수와 위생시설 접근성 및 지속가능한 관리 확립

7.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에너지 보장

8. 지속적·포괄적 ·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생산적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9. 건실한 인프라 구축,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화 진흥 및 혁신

10. 국가 내 · 국가 간 불평등 완화

11. 포용적인 · 안전한 · 회복력 있는 ·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

12.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 패턴 확립

13. 기후변화와 그 영향을 대처하는 긴급 조치 시행

14.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해양 · 바다 · 해양자원 보존과 지속가능한 사용

15. 육지생태계 보호 · 복구 · 지속가능한 수준에서의 사용 증진 및 산림의 지속가능한 관리, 사막화, 대처, 토지 황폐화 중단 및 회보 및 생물다양성 손실 중단

16.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사회 증진과 모드가 접근할 수 있는 사법제도, 모든 수준에서 효과적· 책무성 있는 · 포용적인 제도 구축

17. 이행수단 강화 및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재활성화

 

미래를 걱정하는 선진국 정부들은 17개 주제에 맞춰 관련법을 만들고, 평가기준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들리지 않는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두고 광역, 기초지자체별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대한 조례를 두고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전국 차원에서 지속가능발전대회를 열고 있지만, 제대로 된 거버넌스가 작동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는 큰 진척은 보이지 않는다. 지구의 위기는 심화되고, 국내외적인 불평등의 악화로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SDGs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ESG

 

근래에 기업에서는 ESG가 화두가 되고 있다. E(환경), S(사회), G(거버넌스)로 대표되는 ESG는 금융자본들이 투자의 지표로 삼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기업에서는 발 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ESG는 2004년 UN글로벌콤팩트에서 발표된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UN이 기업의 책임있는 경영을 위해 ESG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하면서 등장했지만, 세계적인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이후다. 

 

세계최대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이 22년 연례서한을 통해 지속가능투자를 강조하면서 ESG는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했다. ESG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한 자구책의 하나다. 점증하는 기후위기와 UN의 SDGs담론 등과 연계해 비재무적 정보공시를 의무화하고,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하고, 상장시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ESG와 관련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국제기구, 국제표준, 평가지표가 있어 혼란이 있고, 국내에서는 61개 항목으로 구성된 K-ESG지표를 제시하고 있는 정도다. 

 

ESG는 기업에서도 해야 할 일이지만, 정부가 마땅히 추진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사실 SDGs와 ESG는 작은 차이는 있지만, 지향과 방향에서는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SDGs는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해야 할 일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ESG는 기업이 해야 할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의 선진적인 정부들은 SDGs-ESG에 기초한 다양한 정책모델들을 만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추진하는 도시와 정부

 

독일은 이미 언론에 많이 나온 9유로티켓을 통해 새로운 대중교통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22년 6월부터 3개월 동안 모든 지역의 기차, 지하철, 트램, 버스를 초저가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고 인플레이션과 높은 에너지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인데, 매우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됐다. 이 기간 동안 5,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9유로짜리 티켓을 구매했고, 자동차 이용 감소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80만 톤이나 줄었다고 한다. 대도시 지역의 대기질도 눈에 띄게 개선되어, 포츠담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저가티켓 도입으로 대기오염 수준이 최대 7%나 감소했다고 한다.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영 철도청인 독일철도(DB‧Deutsche Bahn)는 9유로 티켓 2600만 장을 팔았고, 여름 동안 승객 수가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많은 독일 국민들이 이 사업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어 추후 사업 연장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독일의 베를린에서는 탄소중립 목표연도를 2045년에서 2030년으로 당기는 국민투표를 할 예정이다. 이름하여 '베를린 2030 기후중립'이라는 국민투표는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기후목표를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출산율’을 버리고 ‘성평등’을 선택한 스톡홀름의 정책이 출산율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2년간 130조원 넘게 출산장려정책에 돈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곤두박질쳤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 2010년 1.23, 2022년 0.78로 끝간데 없이 떨어지고 있다. 반면, 스웨덴은 2017년 기준 1.89명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스웨덴 정부는 직접적인 출산율 제고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펴지 않았다. 스웨덴은 성평등에 집중했고, 여성이 노동시장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해소를 목표로 정책을 만드는데, 스웨덴은 여성과 남성 모두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정책과 돌봄의 공공성 강화, 성평등 정책을 중심에 두는 정책을 동시에 펼쳐 저출산을 해소할 수 있었다. 

 

라틴 아메리카에 있는 도시 가운데 식량안보사업이 가장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브라질의 꾸리치바시를 들 수 있다. 브라질의 벨루오리존치는 세계 최초로 시민들의 식량권을 인정한 도시이다. 이 두 도시의 먹거리 보장 활동이 국제사회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기후위기와 감염병, 그리고 전쟁 등으로 인해 먹거리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는가? 도시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이 두 도시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생활화된 도시다. 세계적인 생태도시이자 스마트시티인 꾸리치바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먹거리 자급을 위한 노력을 엄청나게 기울이고 있다. 이곳에는 지금 크고 작은 지역사회 텃밭이 도시 전역에 146개나 조성되어 수많은 시민들이 직접 영농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서 수확한 농산물은 자신들이 먹기도 하고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데 기부하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 더욱 중요해진 지방정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역할이 필요하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꿀벌이 사라지는 시대에 잃을 것이 많은 부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발등에 떨어진 E(기후), S(사회), G(거버넌스)에 적극 나서주면 좋겠지만, 기대는 접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성 싶기는 하다. 

 

해외의 사례에서도 보는 것처럼, 지방정부들이 E(기후), S(사회), G(거버넌스)에 적극 나서고 좋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풀뿌리에서 시민들과 협력을 바탕으로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ESG의 흐름과 함께 지방정부에서도 ESG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도 조만간 SDGs-ESG지방정부를 위한 디딤돌을 놓아보려고 한다. (출처 ; 북지국가소사이어티 4월 10일 컬럼)

 

* 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임이사

* 이 기고는 <시사앤피플>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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