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기
원용우
아쉬운 뜻 늘 머물러 만지면 출렁이는 강
문득 꿈이 저문데 삶하 끈질긴 삶하
띠처럼 세월을 두르고 구비치는 저 한을……
산다山茶 꽃 몸 씻는 소리 바람 일듯 뛰는 가슴
끝없이 맴도는 미망迷妄 파문만 겹겹이 찬다
한자락 미소를 기루어 허위훠위 뛰는 너,
새벽을 적시고 가는 목이 긴 회귀의 넋
달랠수록 크는 아픔 지긋이 잇새에 문다
물 위에 뜨는 제 모습 봄은 사뭇 머흘레.
[임성구의 시조 감상] 눈이 맑아서 영혼이 맑은 짐승이 여기 있다. 영혼이 맑아서 시인이 된 사람이 여기 있다. 가끔은 산과 산을 누비면서 초록을 뜯어 먹고,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희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눈망울에 하느님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눈을 주셨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가진, 이 짐승을 우리는 사슴이라 부른다. 사슴 같은 눈을 가진 사람은 늘, ‘산다山茶꽃 몸 씻는 소리’에 ‘바람 일듯 뛰는 가슴’을 달고 산다. 캄캄해서 더 깊은 절망의 밤일지라도, 더 푸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착한 사람아! ‘새벽을 적시고 가는 회귀의 넋’이여!,
깨끗한 영혼을 가진 너 때문에, 먼지 묻은 내 영혼을 잠시 씻는다. 널 무척 닮고 싶어서, 네 영혼의 행간에 뛰어놀고 싶어서, 꽃과 구름과 햇빛이 참 좋은 날. 문득, 호수에 내 얼굴을 비춰보니 한 계절이 하염없이 하염없이 지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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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구 객원기자
jaje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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